그라운드 떠나는 '퍼펙트맨' 김태훈 "열심히 했기에 후회없다"
'퍼펙트 맨' 김태훈(33)은 마지막까지 밝았다. 조금 이른 은퇴지만,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그를 위해 동료들은 박수를 보냈다.
SSG는 1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김태훈의 은퇴식을 연다. 2009년 구리인창고를 졸업하고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태훈은 올해 프로 15년차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통산 302경기에 등판해 18승 22패 9홀드 64세이브 평균자책점 5.18을 기록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앞세워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특히 2018년 가을 야구에선 눈부신 투구를 펼쳐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올해는 1군에 올라오지 못했고, 결국 조금 이른 시점에 유니폼을 벗었다.
김태훈은 경기 전 선수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는 "2군에서 2년 동안 있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던질 수는 있지만, 풀타임으로 뛰기 어려운 것 같았다"고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인천에서 야구 레슨을 하면서 후배들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프로야구에서 할 건 다 해봤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했는데 벽에 부딪히는 거니까 깔끔하게 그만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SSG는 김태훈보다 선배인 선수들이 아직 1군에서 많이 뛰고 있다. 김원형 SSG 감독도 "함께 선수로 뛰었던 후배인데 아쉽다"고 했다. 김태훈은 "(좀 더 해보라는)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노)경은이 형, (고)효준이 형, (김)광현이 형은 구위가 좋아서 존경한다. 대단한 선수들이고, 나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김태훈은 고교 시절인 2008년 미추홀기에서 퍼펙트를 기록했다. 그의 별명 '퍼펙트 맨'도 그때 생겼다. 선수를 그만두는 그에게도 잊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김태훈은 "아무래도 퍼펙트가 기억에 남는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했다. 아쉬운 건 꾸준한 경기 내용을 못 보여준 것이다. 그것뿐이다"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퓨처스(2군) 경기가 김태훈이 마운드에 선 마지막 경기였다. 아내와 돌이 이제 지난 아들 유건이가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김태훈은 "진짜 한 번 죽어보자는 생각으로 전력투구했다. 구속(시속 145㎞)이 너무 잘 나왔다. 살짝 고민했는데, 후배들이 은퇴식을 크게 준비했더라"고 웃었다.
이날도 김태훈의 가족들이 현장을 찾았다. 김태훈은 "팬들께서 마지막까지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제2의 인생 열심히 살겠다. 유쾌하고, 밝았던 선수, 에너지 넘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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