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생은 '늦게' 온다…20대 초반 취업자 알바하는 까닭

정진호 2023. 10. 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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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대기업 제조업체에 취업한 박모(26)씨는 휴학 기간까지 합쳐 7년간 대학을 다녔다. 인턴 경험을 쌓기 위해 1년, 군 입대로 1년6개월 휴학했다. 졸업을 미루고 1학기를 더 다녔다. 그는 “지난 8월 신입사원 연수를 다녀왔는데 100여명 동기 중 남자로는 어린 편이었다. 여자도 비슷한 나잇대가 대부분이고 어린 동기가 1999년생”이라며 “대학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취업을 빨리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2023 취업정보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990년대생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한 건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다.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에 오른 ‘90년대생이 온다’는 2018년 나왔다. 90년대생이 대거 들어온 이후로, 직장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예전이었으면 2000년대생이 본격적으로 취업에 나설 때가 됐지만,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늦게 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초반과 후반의 고용률 명암


17일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고용률은 61.1%로, 지난해 같은 달(60.6%)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20대 내에서도 초반(20~24세)과 후반(25~29세)의 고용률은 극명히 갈렸다. 20대 초반 고용률은 45.8%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전년 대비 하락세다. 반면 20대 후반은 72.5%를 기록하면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9월 기준 가장 높았다.
김영옥 기자

청년 고용률 증가세가 20대 후반에 의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부도 20대 후반 취업률에 집중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핵심 취업연령대인 20대 후반 고용률의 양호한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20대 초반은 사실상 일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로 자리 잡고 있다”며 “취업자 대부분도 아르바이트생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초반 취업자, 단기일자리 늘어


정근영 디자이너
20대 초반 취업자 중에선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 비중이 늘었다. 본격적인 사회 진출보단 경험 쌓기, 용돈 벌이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지난달 20대 초반 남성 취업자는 49만4000명으로, 5년 전인 2018년 같은 달(49만500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질적인 정규직 취업으로 볼 수 있는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로만 비교하면 이 기간 35만명에서 28만7000명으로 6만3000명(18%) 감소한다. 이 기간 주 36시간 이상 여성 취업자는 52만8000명에서 39만2000명으로 13만6000명(25.8%) 줄었다.

남성의 경우 이 기간 군복무 기간이 21개월에서 18개월(육군 기준)로 줄면서 감소 폭이 여성보다 적었다. 남녀 모두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빠르게 졸업하고 취업하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경향을 보였다.


압박 줄자, 20대 사회 진출 늦췄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변화한 인구구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게 태어난 아랫세대와 비교해 윗세대 인구가 많다 보니 사회 진출 등 진도가 늦어졌다. 2000년 32.1세였던 중위연령(국내 인구를 출생연도별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한 나이)은 올해 45.6세까지 높아졌다. 빠르게 사회에 진출해 자리 잡고 30대면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줄었다.

부모세대의 경제적 지원을 오랜 기간 받을 수 있는 사회 구조적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등 은퇴연령이 늦어진 만큼 부모의 자녀 부양 여력이 생겼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중·고 교육과정뿐 아니라 대학까지 사회 진출을 위해 교육투자를 장기간 받아야 하는 환경으로 인해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늘었다”면서 “다른 한편으론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오래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반대로 사회 진출을 늦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이 앞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세가 된 이후에야 성인이 되었다고 느끼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56%)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성인 이행기가 길어지면서 결혼·출산 등의 나이가 줄줄이 밀리는 건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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