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사위' 김재열, IOC 위원 당선…대한민국 '3명 보유' 세계 2위 [오피셜]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이 현역 국제올림픽위원외(IOC) 위원 3명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김재열(5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 겸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IOC 신규 위원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17일(한국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IOC 제141차 총회 중 신규 위원 선출 투표를 통해 IOC 위원이 됐다. 김 회장은 유효표 73표 중 찬성 72표, 반대 1표를 받는 압도적인 지지로 신규 위원에 뽑혔다.
김 회장은 이기붕(1955∼1960년), 이상백(1964∼1966년), 장기영(1967∼1977년), 김택수(1977∼1983년), 박종규(1984∼1985년), 김운용(1986∼2005년), 이건희(1996∼2017년), 박용성(2002∼2007년), 문대성(2008∼2016년), 유승민(2016∼2024년), 이기흥(2019년∼) 위원에 이은 역대 12번째 한국인 IOC 위원이 됐다.
IOC 선수위원인 유승민 위원의 임기가 내년 파리 하계올림픽까지 9개월 정도 남아 있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2019년부터 IOC 위원직을 수행하는 터라 한국은 김 회장까지 총 3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게 됐다.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유 위원의 후임 IOC 선수위원 한국 후보인 박인비(골프)가 당선되면 3명을 유지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2명으로 줄어든다.
김 회장은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남편으로,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의 아들이자 김재호 동아일보 및 채널A 대표 이사의 동생이기도 하다. IOC 월드와이드 스폰서를 맡고 있는 삼성에서 장인 이 회장의 대를 국제 스포츠 외교의 정점에 있는 IOC에 입성하게 됐다.
김 회장의 IOC 입성은 사실 지난달 어느 정도 굳어진 상황이었다. IOC 내 최고 의사 결정체인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김 회장을 비롯한 남성 4명과 여성 4명을 합쳐 8명을 신임 위원 후보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1차 서류 검증, 2차 IOC 윤리위원회의 윤리성 적격 판단, 3차 IOC 위원 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집행위원회 추천은 사실상 IOC 위원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집행위원회의 제안이 총회 투표에서 부결된 적이 거의 없어서다.
형식상의 IOC 최고 의결 기구인 총회는 투표로 집행위원회의 신규 위원 추천을 추인했다. IOC 위원들은 후보별로 각각 표를 행사했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후보별로 찬성과 반대 표수를 공개한 뒤 새로 가세한 IOC 식구에게 축하와 환영 인사를 건넸다.
김 회장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IOC 위원이 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지냈던 그는 지난해 6월 ISU 총회에서 연맹 창설 130년 만에 비유럽인 최초로 4년 임기 새 회장에 선출되면서 국제스포츠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ISU 회장이 된지 16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IOC 위원직까지 거머쥐었다.
ISU 회장 선거 때 김 회장은 1차 투표에서 유효표 119표 가운데 77표(64.7%)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24표를 받은 퍼트리샤 피터 미국 피겨스케이팅협회 회장을 제쳤다. 김 위원은 빙상 약소국 및 저개발 국가 지원 등 유럽의 카르텔을 깨기 위한 주요 공약을 발표해 비주류권 국가들의 표심을 끌어냈다.
IOC는 종목별 국제연맹(IF) 대표에 IOC 위원 몫을 배정하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동계 종목 출신은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회장인 이보 페리아니(이탈리아)가 유일해서 ISU 회장이 된 김 회장의 IOC 입성은 시간문제로 꼽혔다.
지난 2010년 대한빙상경기연맹 국제부회장으로 체육계에 입문한 김 회장은 2011∼2016년 같은 단체 회장을 역임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제부위원장 등 다양한 요직에서 경험을 쌓았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IOC에서도 대회마다 직책을 맡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김 회장은 국제유도연맹 회장 출신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 IF 대표 자격 IOC 위원이다. IF 대표로 활동해야 IOC 위원도 유지하는 만큼 김 회장은 2026년 열리는 차기 ISU 회장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ISU 회장은 최장 3연임(12년) 할 수 있다.
김 회장의 선출로 우리나라는 故 김운용, 故 이건희, 박용성 회장이 동시에 IOC 위원으로 활동했던 2002∼2005년 이래 18년 만에 한국인 IOC 위원 3명 시대를 다시 맞았다.
IOC 위원의 정원은 최대 115명이다. 위원은 개인 자격(70명), NOC 대표·IF 대표·8년 임기 선수위원(이상 15명씩)으로 이뤄진다. IOC는 올림픽 헌장에 IOC 위원의 정년을 1999년 이전에 선출된 위원은 80세, 이후는 70세로 규정했다.
이날 김 회장 등 8명이 새로 뽑히면서 IOC 위원은 총 107명이 됐다. 이 중 프랑스가 4명으로 가장 많고,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이탈리아·독일·스웨덴이 각각 3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게 됐다.
김 회장과 함께 후보로 추천된 페트라 쇠르링(스웨덴) 국제탁구연맹 회장, 유도 선수 출신인 야엘 아라드(이스라엘), 배구 선수 출신이자 정치인인 세실리아 타이트 비야코르타(페루), 아시아 최초로 아카데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배우 양쯔충(말레이시아·이상 여성)도 모두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또 스포츠 행정가인 발라주 퓌리에시(헝가리), 스포츠 기업가 미카엘 므론츠(독일), 마레즈 보우사예네 튀니지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상 남성) 모두 IOC의 총회 투표를 통과했다.
IOC 위원은 높은 위상 때문에 '세계 스포츠계의 귀족'이라는 수식어도 붙곤 하는데, 실제 왕족이나 귀족도 다수 포함된 상태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딸 앤 공주, 모나코의 앨버트 2세 왕자를 비롯해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의 왕족과 귀족이 이름을 올렸다.
IF 대표 자격으로 이번에 합류한 김재열 회장처럼 스포츠 행정가나 기업인 등도 활동하고 있다.
IOC 위원은 동·하계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고 올림픽 정식종목을 채택하는 등 국제 스포츠계의 굵직한 의사결정을 맡는다. 어떤 카테고리를 통해 위원이 됐든 모두가 같은 권한과 투표권을 행사한다.
IOC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IOC 위원은 IOC 내에서 해당 국가들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국가에서 IOC를 대표하는 '자연인'으로, IOC와 올림픽 운동의 이익을 대변하고 증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만큼 각종 결정에서 자율성도 갖는다는 의미다.
IOC 위원의 기본 성격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각종 공적 활동을 위한 경비 등은 지원된다. 위원으로 업무를 수행할 땐 세계 어디를 가든 '국빈급 대우'를 받는다. 교통과 숙박 등이 제공됨은 물론, 비자 없이 각 나라를 드나들 수 있다.
한국은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IOC 선수위원에 당선돼 복수의 위원을 보유했다. 이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을 비롯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까지 현역으로 활약하며 금·은·동메달을 각각 하나씩 따낸 유승민 현 대한탁구협회장이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문 위원에 이어 IOC 선수위원에 당선되면서 복수의 IOC 위원 보유를 지켜냈다.
그러나 이 회장이 2017년 물러나면서 유 위원 한 명만 남게 돼 국제스포츠계에서의 역할 축소가 우려됐으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IOC 내에서 한국에 대한 두 번째 IOC 위원 보유 필요성을 인식한 끝에 2019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IOC 위원직에 올랐다.
그리고 김 회장까지 IOC 위원이 되면서 스포츠 외교에 있어선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영향력을 당분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이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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