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넘어 관광ㆍ산업단지까지, 대도시에도 ‘콜버스’ 시대
호출한 곳으로 달려가 승객을 태우는 수요 응답형 교통수단(DRTㆍDemand Responsive Transit)인 ‘콜 버스’가 전국 곳곳에서 운행되고 있다. 산간지역 등 정기 버스노선을 편성하기 힘든 곳을 주로 다니던 DRT가 대도시 관광ㆍ산업단지까지 진출하고 있다.
부산 면적 30% 기장군서도 콜 버스 시동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기장군 일대에서 DRT인 ‘타바라’가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기장군 면적은 218㎢로 부산 구ㆍ군 16곳 가운데 가장 넓다. 부산 전체 면적(771㎢)으로 따져도 3분의 1(28.3%)에 가깝다. 기장군엔 롯데월드가 입점한 오시리아 관광단지를 비롯해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아홉산숲, 해안 사찰인 해동 용궁사 등 관광명소가 많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이나 연휴엔 대중교통 수요가 급증한다.
이에 부산시는 타바라(15인승) 운행을 시작했다. 15인승 5대가 운행되며 사업비는 총 15억8000만원을 들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역관광교통 개선 사업 공모에 당선돼 전체 사업비 가운데 절반은 국비로 지원된다. 시범 운행 기간은 내년 8월까지다. 부산시는 기장군과 논의해 관광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15곳에 정류장을 만들었다.
타바라 승객이 이들 정류장에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호출하면 버스가 온다. 승차나 하차는 정류장에서만 할 수 있지만, 운행 노선은 정해진 것 없이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 달린다. 요금은 일반 시내버스(성인 기준 1550원)와 동일하고, 다른 교통수단으로 바꿔 탈 수 있다.
부산시 집계를 보면 지난 15일까지 타바라 호출 건수는 4816건, 이용자는 8227명이었다. 평일 기준 하루 143명, 휴일엔 238명이 이용한다. 앱에서 호출한 뒤 승객이 대기한 시간은 평균 6분3초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달 27일엔 외국어 전용 앱을 출시해 외국인 관광객 이용 편의를 높였다”며 “시범 운영을 거쳐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며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콜센터 운영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ㆍ충북선 ‘주민밀착형’ 콜 버스
정기 버스노선 편성이 어려운 곳에 DRT를 운영한 대표적 지자체는 경북이다. 경북도는 2015년부터 포항 죽장면, 경주 산내면, 칠곡 기산면, 울진 기성면 등 4곳 25개 노선에 수요 응답형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요금은 지역에 따라 100원~1300원으로 시내버스 요금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2021년 이용객은 5만9227명, 작년엔 6만172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선 지난달까지 3만9549명이 이 버스를 탔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사는 노인 등이 도심 병원 진료, 장보기, 농자재 구매 등을 위해 이 버스를 탄다고 한다. 특히 포항과 경주에선 지역 사정을 훤히 아는 주민 6명을 버스 기사로 채용했다. 이들은 주민을 대신해 물건을 산 다음 배달까지 해준다. 충북 괴산군이 운영하는 ‘괴산 콜 버스’ 역시 반응이 좋다. 괴산군에 따르면 괴산읍과 감물·장연·칠성면 일대를 잇는 버스 3대가 다음 달까지 시범 운영된다.
대구선 의료지구 투입, 세종은 운영 확대
대구시는 연구개발지구에 둥지를 튼 기업의 출ㆍ퇴근 지원을 위해 지난 4일부터 DRT 버스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동구 율암동과 상매동, 매여동 일원 의료 R&D지구엔 기업 68곳이 입주해 직원 23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전용 앱 개발을 마쳐 출ㆍ퇴근 때는 물론 주간(오전 10시~ 오후 5시)에도 DRT를 운영할 방침이다.
세종시는 2019년 도입한 DRT ‘두루타’ 서비스 지역을 이달 들어 확대했다. 현행 두루타는 버스 20대를 9개 읍ㆍ면에 투입해 탑승 1시간 전 예약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서비스 확대에 따라 연동ㆍ부강ㆍ전동면에서 운행되던 버스는 5대에서 12대로 늘었다. 이용 방식도 ‘1시간 전 예약’에서 앱을 통한 실시간 호출로 전환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두루타가 읍ㆍ면 지역 고령층과 학생 등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높인 것으로 평가돼 서비스 확대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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