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있나?"…'10년 뒤 의사 1만명' 부족 통계 꺼낸 복지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 ‘과학적 통계’를 화두로 꺼냈다. 정원 확대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의사협회를 향해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하면서다. 다양한 연구에서 10년 후 의사가 1만명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추계가 나온 상황에서, 의료계의 근거 없는 반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장관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5차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의사 수 증원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 의사인력 증원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고 사회적 열망이 높다”고 말했다.
의사인력전문위원회는 의사 인력 확대 등의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로 의료계,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구성된 전문위원회다. 지난 8월 31일 첫 회의를 열었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 회의다.
조 장관은 이날 “의사협회에도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반대가 아닌 대안 제시를 주문했다. 그는 “의사 수 부족의 문제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분명한 현실인 만큼 과학적 통계 기반 수급 전망에 따른 의료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패키지 논의를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18년째 3058명에 묶여있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당초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10%)만큼 다시 늘리는 방안,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등도 검토됐었다. 의사협회의 반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그간 논의돼 온 내용을 보고받고 ‘대폭 확대’를 주문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한다.
찔끔찔금 늘리는 방식으로는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건 통계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상 의사(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국가 평균(3.7명)보다 적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035년 의사가 1만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맞춰 의대 정원을 늘리되 세부 방안을 손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정부(2025~2028학년도)에서 8000명을 늘리는 안도 검토 대상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연구 역시 대폭 증원의 당위성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고 판단하고 있다. 2035년엔 약 2만 7000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50년엔 약 2만 2000명(한국개발연구원)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결과가 대표적이다. 건강보험 통계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의 연구에서는 2050년에 이르면 의사가 2만 8279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2035년 2만 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장관이 의사협회를 향해 낸 메시지는 대규모 증원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과학적 근거 없는 증원 반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대응방안을 안건으로 전국 의사 대표자 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왔지만, 수백명 수준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봤었다”면서 “조 장관의 메시지는 그 정도 수준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이렇게 되면 이필수 의협 회장이 강성파들의 강한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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