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얘기는 그만"…최연소 기록 바꿨다, 27세 이 핫한 지휘자

김호정 2023. 10. 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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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인터뷰
20대에 세계 악단 세곳 이끌며 블루칩으로 떠올라
"지휘자로서 진실성과 준비가 가장 중요"
이달 말 첫 한국 공연
이달 28일과 30일에 처음으로 내한하는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사진 Marco Borggreve, 빈체로

인터뷰에 “나이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피해달라”는 요청이 붙었다. 이제껏 거의 모든 질문이 나이를 향했을 터였다. 하지만 젊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음악가다.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는 1996년 1월생. 올해로 27세다. 사회 초년생 나이쯤 되는 그가 책임지는 오케스트라는 세 곳이다. 2020년 24세에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의 수석 지휘자로 낙점되며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듬해에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이 됐다. 지난해엔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예술 파트너로 지목됐고 2027년부터 5년 동안 수석 지휘자를 맡기로 했다. 당연히 역대 최연소 기록들이다. 전 세계 지휘자들이 팬데믹에 별다른 활동을 못하는 사이에 메켈레는 확실한 스타로 떠올랐다.

나이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한편으로는 옳다. 오슬로 필하모닉과 단 한 번 연주한 후 상임 지휘자로 발탁됐고, RCO는 메켈레가 오슬로ㆍ파리와 계약이 끝날 때까지 수석 지휘자를 비워 놓고 기다린다. RCO의 제 1 바이올린 연주자인 크리스티안 반 에겔렌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첫 리허설 3분 만에 내가 수십 년 동안 본 중 가장 성숙한 재능의 지휘자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메켈레는 고전 음악을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 충격을 주는 개성파는 아니다. 정통의 해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펼치는 해석가에 가깝다. 다시 말해 나이 때문에, 혹은 나이와 상관없이 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지휘자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이달 28일(고양아람누리)과 30일(서울 롯데콘서트홀) 오슬로 필하모닉과 연주가 첫 내한 공연이다. 팬데믹 기간인 2021년 오슬로 필하모닉, 2022년 파리 오케스트라와 잡았던 계획은 취소됐다.

이달 28일과 30일에 처음으로 내한하는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사진 Marco Borggreve, 빈체로


메켈레의 음악적 완성도와 경력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준비와 진실성을 강조했다. 오케스트라와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시하는 것들이다. “사람들에게 진실한 모습을 보이며, 서로 존중하고, 무엇보다 언제나 음악적으로 준비돼야 한다.” 그는 “준비된 모습이 지휘자로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리허설에서 보여주는 모든 해석과 움직임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확실히 표현해야 한다.”

음악의 해석은 악보에서 출발한다. “파격적인 해석도 모두 악보에 적힌 작곡가의 의도를 기반으로 창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휘자가 음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작곡가가 악보에 적어 남겼다. 먼저 악보에 몰두하며 작품 해석을 시작한다”고 했다. “지휘자는 작곡가를 대신해 그의 음악을 현실로 가지고 오는, 작곡가를 위한 일꾼이다.”

지휘는 역사적으로 재능을 타고나기 힘든 분야로 여겨졌다. 오랜 시간 악기 연주를 한 끝에 경험을 바탕으로 지휘봉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메켈레는 지휘로 세계 무대에 등장해 놀라움을 안겼다. 어려서 첼로를 공부했지만 현재 진지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핀란드의 강력한 지휘 전통으로 그의 재능을 설명할 수 있다. 핀란드 태생인 메켈레는 시벨리우스 음악원의 요르마 파눌라(93) 사단의 2세대 지휘자로 꼽힌다. 1980년대에 등장한 에사 페카 살로넨(65)에서 시작해 사카리 오라모(58), 한누 린투(56) 등이 1세대다. 유럽과 북미의 오케스트라들을 이끄는 지휘자들이다.

메켈레는 7살에 핀란드 헬싱키의 오페라에서 어린이 합창단으로 노래하다 지휘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당시 지휘자가 핀란드의 한누 린투였다. “오페라 ‘카르멘’에 출연했는데 내 눈에는 지휘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작은 모니터 화면이었지만…. 그때부터 지휘의 꿈을 꿨다.”

이달 28일과 30일에 처음으로 내한하는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사진 Marco Borggreve, 빈체로

그는 12세에 시벨리우스 음악원의 예비학교에 입학해 파눌라와 공부하기 시작했다. 파눌라의 수업은 어땠을까. “파눌라는 우리에게 어떻게 지휘하라고 직접 가르쳐주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음악에서 무엇을 찾아내 구현해야 하는지, 각자 추구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학생들이 실제로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았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 수업에서 가장 독특하고 멋진 부분은 매주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는 시간이었다. 큰 오케스트라는 아니었지만 물리적, 심리적으로 지휘를 알게 됐다. 매주 파눌라가 코멘트를, 제자들끼리 리뷰를 했다.”

여느 좋은 지휘자의 공부하는 자세 또한 그에게 있다. 메켈레는 스스로 ‘음반 덕후(record freak)’라 소개한다. 한 영상 인터뷰에서 “클래식 음악의 새로 나오는 거의 모든 음원을 듣고, 옛 음반도 여전히 찾아 듣는다”고 했다. 영국 음악잡지 그라모폰과 인터뷰에서는 “좋은 소리라면 왜 좋은 소리인지, 어디에서 녹음 됐는지 알아본다. 재생 목록에는 과거에 녹음된 음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지휘하는 작품의 폭이 넓다. 오슬로 필하모닉에 취임한 첫 시즌부터 핀란드 작곡가인 장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곡을 순서대로 연주하고 녹음했다. 그가 오케스트라들과 계획하는 프로그램은 하이든·모차르트부터 말러, 스트라빈스키까지 고전성과 혁신성을 겸비한다. 이번 한국 투어에서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고양)과 5번(서울)을 선택했다. “시벨리우스의 로맨틱한 모습과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며 “100여년 전 시벨리우스가 오슬로 필하모닉을 여러 차례 지휘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에 시벨리우스 전통이 있다”고 소개했다. 메켈레와 오슬로 필하모닉은 바이올리니스트 재니 얀센과 함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도 연주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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