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 아웃카운트 하나 차로…올해도 1점대 ERA 탄생 불발
올해도 프로야구에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탄생하지 않았다. 올해 최고 투수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끝까지 도전했지만, 아웃카운트 하나가 모자라 불발됐다.
1점대 평균자책점은 선발투수에게 '꿈의 기록'이다. KBO리그 42년 역사에서 1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이 나온 건 26번뿐이다. '국보 투수'로 불리던 선동열이 31%에 해당하는 8번을 홀로 해냈다. 데뷔 시즌인 1985년부터 1991년까지 7년 연속 2점 미만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그중 3번은 0점대였다. 1993년에는 역대 한 시즌 최저 기록인 0.78을 작성하기도 했다.
26번의 기록은 대부분 '에이스 춘추전국시대'였던 1980년대(14명)와 1990년대(11명)에 몰려 있다. 1986년엔 선동열·최동원·최일언·김용수·김건우·장호연 등 무려 6명이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친 적도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엔 딱 한 명만 해냈다. 2010년 한화 이글스에서 뛴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유일했다. 그가 그해 평균자책점 1.82를 남긴 뒤 2점 미만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020년 키움 히어로즈에서 뛴 에릭 요키시(2.14)와 지난해 김광현(SSG 랜더스·2.13)이 그 후 1점대 기록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을 뿐이다.
올해는 페디가 13년 만에 1점 대 평균자책점 투수 탄생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던 지난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평균자책점 2.06으로 시작했다. 이어 6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막아 평균자책점을 2.00까지 끌어내렸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1점대로 재진입할 수 있는 상황. 투구 수도 82개라 충분히 6회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KIA 고종욱이 페디와 끈질긴 접전을 벌인 끝에 8구째를 타격했다. 이 타구가 하필 페디를 향해 날아가 오른팔에 맞았다. 팔을 움켜쥐고 고통을 호소하던 페디는 결국 투구를 포기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의 마지막 등판 성적은 5와 3분의 2이닝 무실점.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1.9963으로 계산됐지만, 소수점 아래 두 자리까지 반올림하는 KBO 규정에 따라 2.00으로 최종 확정됐다.
페디의 올 시즌은 압도적이었다. 4월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하면서 개막과 동시에 리그를 지배했다. 이후에도 5월까지 1.47, 6월까지 1.61, 7월까지 1.74로 꾸준히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8월 첫 경기에서 4이닝 5자책점을 기록해 처음 2점대(2.10)로 치솟았지만, 다시 호투 행진을 이어가면서 8월 27일까지 평균자책점 1.97을 지켰다.
페디는 8월 마지막 등판(3이닝 7실점)에서 부진해 올해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2.39)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 흔들리지는 않았다. 9월 전 경기에서 6이닝 이상 던지고 1자책점 이하로 막아 평균자책점을 2.28→2.21→2.13→2.10으로 꾸준히 끌어내렸다. 결국 시즌 최종전까지 1점대 재진입 도전을 이어갔다. 목표를 코앞에 두고 뜻밖의 변수에 발목을 잡힌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그래도 페디는 한국 무대 첫 시즌에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남겼다.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으로 2011년 윤석민 이후 12년 만의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을 달성했다. 외국인 투수로는 역대 최초다. NC도 막강한 에이스를 선봉장 삼아 3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복귀했다.
다만 페디를 내년 시즌 KBO리그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까지 풀타임 빅리거였던 그는 한국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MLB)로 유턴할 가능성이 크다. 자금력이 막대한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오릭스 버펄로스 등도 페디에게 관심을 보인다. 페디와 한국 야구에게는 그래서 더 아쉬운 아웃카운트 하나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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