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8일 이스라엘 방문 ‘승부수’…하마스 "인질 250명 있다"

강태화 2023. 10. 1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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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38만명에 달하는 지상군을 투입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대대적 보복 작전 돌입을 앞둔 시점에 나온 ‘승부수’란 해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이스라엘이 자신을 공격한 하마스에 대한 대대적인 지상군 투입 작전을 시행하기 직전에 나온 '승부수'란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중차대한 시점에 이스라엘로 오게 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다른 테러리스트들로부터 국민을 지킬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미국의 연대를 보여줄 수 있는 동시에 미국을 200만명이 갇혀있는 가자지구의 유혈사태와 묶어둘 것”이라며 “정치·안보 측면에서 엄청난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둔 중대한 외교 성과가 될 수 있지만, 사태 해결에 실패할 경우 오히려 정치적 상처를 안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이번 결정을 앞두고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국가들과 다층적 물밑협상을 이어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났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중동 국가들과 잇따라 의견을 나눈뒤 16일 네타냐후 총리와 재차 만났다. 블링컨 장관은 8시간에 걸친 2차 마라톤회의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사실을 공식화했다.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이스라엘에 급파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게 한 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와 의견을 조율했다. 의견을 취합한 블링컨 장관은 나흘 만에 네타냐후 총리와 재차 8시간에 달하는 마라톤회의를 벌인 끝에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공식화했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 섬멸 지상전을 고수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대규모 민간인 피해와 전선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이 현실적인 균형점을 찾았는지 주목된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연대를 재확인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의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박철균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안보전략센터장은 17일 통화에서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로 한 배경은 전면전 전개나 확전 가능성에 대한 의견 조율이 이뤄졌음을 뜻한다”며 “현실적으로 가자지구의 인질 및 민간인을 최대한 탈출시킨 뒤 하마스의 지도부를 ‘핀셋’ 공격해 하마스를 직접 와해시키거나 하마스 내 내분을 일으켜 자멸하게 만드는 작전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특히 중동 국가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붕괴 이후의 시나리오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미국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붕괴시킨 이후의 시나리오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붕괴 이후 누가 가자지구를 통치할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의미로, 사실상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을 폐기하라는 요구에 가깝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진입에 대비해 가자지구 인근에 38만명에 달하는 병력을 배치했다. 지상전이 시작될 경우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만약 일부 이스라엘 극우 진영의 주장처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탈환하고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할 경우 이는 전체 이슬람 진영이 참전하는 ‘중동전쟁’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CBS ‘60분’ 인터뷰에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에 이어 요르단 암만을 방문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비롯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도 만날 예정이다. 특히 PA 수반과의 만남은 하마스 축출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통치권을 PA에 부여하는 시나리오가 논의됐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별도 브리핑에서 “미국은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인을 안전 지대로 옮긴 뒤 하마스를 축출한다는 구상은 하마스는 물론 이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의 최소 수준의 협조 없이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이스라엘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또한 하마스가 인질을 의도적으로 ‘인간방패’로 활용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 실제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대변인 아부 오바이다는 이날 TV로 방송한 성명에서 “지상공격을 감행한다는 점령자(이스라엘)의 위협은 두렵지 않고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며 “가자지구에는 200~250명의 인질이 있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질 22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도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저항전선은 적(이스라엘)과 장기전을 벌일 수 있다”며 “수 시간 안에 저항전선의 선제행동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저항전선은 전체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항하는 전체 이슬람 세력을 지칭하는 말로,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전선 확대를 의미한다. 그는 다만 선제행동의 구체적 의미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은 특히 전선확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이스라엘 인근에 전략자산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무력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날 군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 4000명 이상의 미 해군이 이스라엘 연안 미군 함대에 합류할 예정이며, 세 번째 항공모함전단도 이스라엘로 이동하기 위해 지중해에 있다”고 보도했다. NBC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병력 2000명을 중동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며 “배치 병력은 군수·의료 지원과 폭발물 처리 등의 임무를 맡을 예정으로 24시간 이내에 배치될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인근에 세번째 핵항공모함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란 등 하마스를 지원하는 국가나 세력에 대한 경고를 보내는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최소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과는 어느 정도 교감을 끝낸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며 “하마스와 이란 등에 대해서도 100%는 아니라도 50% 이상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뒤 결정한 일종의 승부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바이든은 자신이 직접 나서야 최소한 현상 변경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란의 경우에도 그간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그나마 대화 상대로 여겨왔다는 관점에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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