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촌 하늘 뒤덮은 中드론…정부 지원 85%가 중국산
국토 곳곳에 깔린 중국산 태양광 발전 설비에 이어 농촌 하늘에는 중국산 드론의 점유율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론을 활용한 농업이 일반화하는 가운데, 정부 농업용 드론 구매(융자) 지원의 85%가 중국산 드론을 사는 데 집중되면서다. 식량을 생산하는 농기계 국산화가 더뎌질 뿐만 아니라, 중국산 드론 사용으로 인한 국토·영농 데이터의 보안 취약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농촌용 드론에 대한 정부 융자 지원액(이차보전금) 중 중국산 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7년 62.6%에서 올해 84.7%(7월 기준)까지 상승했다. 정부의 드론 구입 지원 융자금 규모는 2019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총 37억4000만원 중 32억4800만원(86.8%)이 중국산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정부 융자 지원을 받은 드론 10대 중 9대(91.1%)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산에 투입된 지원액 외에 나머지는 국산에 들어갔다.
정부는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진 농촌에 드론을 이용한 농작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로 드론 구매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농업 현장에서 드론은 종자나 비료를 뿌리고, 병해충 방제, 소독 등에 쓰임새가 늘어나는 중이다.
중국산 드론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매년 농기계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R&D) 사업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였는데도 드론 시장이 특히 더 빠르게 중국산에 잠식돼 왔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은 관련 예산에 올해 약 70억원을 배정받았다.
농업용 드론이 중국산을 중심으로 보급되면서 국토·영농 데이터의 국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 2017년 미국 국토안보부는 중국 드론 제조업체인 DJI가 데이터를 수집해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는 내용의 메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내무부 역시 중국산 드론과 관련해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국산 드론의 활용을 늘리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중국산 중심으로 진행되는 지원 사업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의 구매 지원 사업에서는 국산 농기계의 수혜율을 높일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있다.
안병길 의원은 “중국산 드론의 압도적인 시장 경쟁력이 엄연한 현실인 만큼, 정부는 국산 농기계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제도적 보호 장치와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안 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나 농협 등 공공분야에서부터 국내 우수 기업의 농업용 드론을 일정 비율 우선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판로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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