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녹색병원 원장 내세워 '택배기사 과로사' 주장…국과수 "질병 원인"
쿠팡측 직원 폭행 혐의 택배노조 간부도 입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최근 경기 군포시 배송지에서 숨진 60대 택배기사와 관련해 서울 중랑구에 위치해 있는 녹색병원의 병원장 의견서를 바탕으로 과로사로 숨진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과수는 해당 택배기사의 사망에 대해 심장비대증으로 숨졌다고 발표했고, 경찰도 그동안의 질병에 의해 내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17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지난 1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일 새벽에 사망한 쿠팡 택배기사는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13일 택배기사 A씨가 숨진 지 10시간 만에 “과로사로 추정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불과 3일 만에 또다시 A씨가 “과로사로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13일 오전 4시쯤 택배기사 A씨는 경기 군포시의 한 배송지에서 숨졌고,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는 유족 진술을 토대로 국과수에 부검을 맡겼다.
국과수 부검 결과 A씨의 심장은 정상치의 2배 이상으로 비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심장의 크기는 300g이고, 숨진 A씨의 심장은 800g 가량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부검결과 "A씨가 심근경색을 앓고 있었고 혈관이 전반적으로 막혀 있었다"며 "사망 원인을 질환으로 보고 내사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A씨가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국과수에 부검을 맡겼다. A씨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CLS와 위탁 계약한 물류 업체 소속으로 약 1년간 일해왔으며, 독립적으로 업무시간과 양을 정할 수 있는 개인 사업자 신분이다.
노조는 녹색병원장 명의의 의견서를 바탕으로 과로사가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국과수의 소견서를 보면 심근경색이 사망원인이고, 심근경색은 산재보상법에서 과로로 발생하는데 이 경우 ‘과로사’라 부른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심근경색은 산재보상법에서도 과로사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돼 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왜 A씨의 심장이 일반인과 비교해 2배 이상 커졌는지, 그동안의 기저질환이나 질병이 어떤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분석은 밝히지 않았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직업환경·가정의학 분야 전문의로 알려져 있다.
녹색병원은 지난 9월 말 단식을 이어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입원해 화제를 모은 곳이다. 당시 의료계에선 국회 근처 여의도성모병원이 아니라 차로 20km 떨어진 녹색병원으로 옮긴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근로자 직업병을 전문으로 다루는 녹색병원은 2003년 설립됐고 이후 야권과 노동계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초대 병원장인 양길승 원진재단 이사장은 참여연대 초대 시민위원장을 지냈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녹색병원 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 광우병 집회 등을 주도한 진보연대 박석운 대표가 재단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임 원장은 지난 7월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해 단식농성을 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을 직접 찾아 진료하기도 했고, 2021년 이재명 경기지사 당시 경기도 노동정책자문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임 원장은 본인 페이스북에 “녹색병원에 그동안 1000명의 단식 환자가 거쳐갔다”고 썼다.
실제 민주노총 간부들은 단식 이후 회복을 위해 녹색병원을 종종 찾았다. 민주노총 택배노조 경기지부장 원모씨 역시 지난 6월 ‘쿠팡 단식 투쟁’ 이후 녹색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는 지난 4월 초 쿠팡로지스틱스(CLS) 직원 여럿을 ‘헤드록’하거나 손으로 때리는 등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전교조 조창익 위원장, 금속노조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장 등이 녹색병원에 단식 농성 후 입원했다.
그러다 보니 업계 일각에선 노동계와 오랜 인연 등이 이번 소견에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또 의료계 일각에선 국과수의 구두 소견을 토대로 “택배기사 사망을 과로사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일반적인 수준의 심장 비대증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 다년간 심장 관련 기저질환 등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어 1년간 택배기사로 근무한 사실만으로 과로사로 단언하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A대 심장내과 교수는 “통상적인 심장비대 환자는 심장이 10~15% 정도 커져 있어야 하는데, A씨의 경우 심장이 정상 수준의 2배 이상인 800g라는 점에서 단순히 고혈압을 넘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유전성 ‘비후성 심근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오랜 기간 심부전 기저질환의 영향으로 심장비대가 심해진 것으로 보이며, 수십년간의 유전질환과 다년간의 기저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서울 주요 대학 심장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3~5년간 고혈압 등 복합 증상이 작용해야 A씨 같은 심장비대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쿠팡은 "배송업체 측에 따르면 숨진 A씨는 주52시간 근무해왔고, 배송 물량도 통상적인 수준을 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과수의 정식 부검 결과는 1~2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정식 국과수 부검 결과도 나오기 전에 일부 의사 소견만으로 택배기사 사망을 ‘과로사’로 단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유족들의 뜻에 따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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