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마음 돌봄 필요한 MZ세대···‘토닥토닥’ 공동체에 해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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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한 교회에서 두 청년을 만났습니다.
청년 세대의 정신 건강에 대한 경각심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들을 향해 더 견고하게 마련돼야 할 우리 사회의 울타리는 요원해 보이기만 합니다.
교회 안에서 '마음 돌봄'을 경험한 두 청년의 목소리가 반갑고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였을 겁니다.
종교사회학 전문가들은 교회 공동체의 이런 특성이 우울의 늪에 빠져 가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위한 '심리적 둥지'가 되어 줄 수 있는 이유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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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한 교회에서 두 청년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MZ세대 또래와 유사한 생활 패턴, 취업과 연애에 대한 현실적 고민도 닮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친구 따라 교회에 나와 처음 신앙생활을 한 지 1년이 채 안 된 ‘새가족 성도’였습니다. 두 청년과 나눈 짧은 대화 가운데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즘엔 유튜브 보는 1시간보다 감사 노트 쓰는 10분이 더 즐거워요.”(김현중·가명·25) “주중엔 취준(취업준비) 스터디 모임이 릴레이처럼 이어지죠. 토요일에 모이는 청년부 모임 아니었으면 아직도 우울증 약을 먹고 있을 거예요.”(손서형·가명·27)
우리 사회의 MZ세대 정신 건강과 자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심화된 관계 단절, 치열해지는 경쟁과 해법을 찾지 못하는 청년 실업률 문제,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청년들이 느끼는 우울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 ‘멍 자국’이 됐습니다.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각종 지표들은 청년들의 불안한 오늘을 오롯이 보여줍니다. 지난 1월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전국 만 19~39세 청년 중 61만 명이 집에서 6개월 이상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대두된 건 1998년 IMF 위기와 취업난이 본격화된 2000년대 초반부터입니다. 당시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며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보건사회연구 학술지에 실린 ‘같지만 다른 그들, 청년: 성별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 영향요인의 탐색 연구’ 논문에 따르면 만 20~39세 청년 10명 중 4명 이상(42.1%)가 ‘지난 1년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생각은 그저 생각으로 머물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80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자살시도자 2만6538명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27.9%(7400)명, 30대가 13.6%(3607명)를 차지했습니다.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10명 중 4명(41.5%)이 2030세대 청년들인 셈입니다.
청년 세대의 정신 건강에 대한 경각심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들을 향해 더 견고하게 마련돼야 할 우리 사회의 울타리는 요원해 보이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병원 진료와 치료를 권장하는 것은 낙인 효과를 걱정하는 청년들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돼주지 못합니다. 교회 안에서 ‘마음 돌봄’을 경험한 두 청년의 목소리가 반갑고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였을 겁니다.
교회는 우리 사회 그 어느 집단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누며, 크고 작은 고민들을 ‘기도 제목’이란 이름으로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공동체입니다. 종교사회학 전문가들은 교회 공동체의 이런 특성이 우울의 늪에 빠져 가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위한 ‘심리적 둥지’가 되어 줄 수 있는 이유라고 말합니다.
김현중씨는 “청년부 모임에서 고민이나 상처를 드러내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지만 감사 노트를 쓰는 성도끼리 감사 제목들을 나누다보니 내가 놓쳤던 감사한 일들을 발견하는 것 만으로도 전에 없던 힐링 포인트가 됐다”며 웃어 보였습니다. 손서형씨는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청년부 모임은 ‘이 세상에 나만 힘들고, 내가 제일 힘들다’는 생각에 빠져가던 나를 끌어내 준 구세주”라며 미소 지었습니다.
팬데믹을 관통하며 더 거세진 교회를 향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해소해나가기에 갈길이 먼 것이 사실입니다. 정신 건강을 위해 MZ세대의 감수성에 맞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교회와 크리스천들은 역설을 발견합니다. 정서적 고립을 겪는 MZ세대의 감수성과 대면 관계 회복을 원하는 시대적 상황에 필요한 맞춤 해법을 교회 안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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