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 행보 지속…"美 의존적 안보에 위기 온다"
'북러 무기거래' 정황 지속, 가속화 우려
"양국 밀착, 美 의존적 안보체계에 위기"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거래'를 중심으로 한 밀착 행보를 이어가면서 우리 안보에도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이른바 '하노이 노 딜' 이후 대미 협상을 거부하는 대신 제재에 숨통을 틔워줄 북·중·러 연대에 집중하고 있는만큼 역내 정세가 극단으로 치닫게 될 경우 미국에 의존적인 우리 안보체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한 외무성의 초청을 받아 18~19일 평양을 방문한다. 올해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을 시작으로, 지난달 13일 4년 만에 성사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연이은 후속 조치까지 북·러 고위급 교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 수장의 방북으로 추가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며, 푸틴 대통령의 평양 답방으로 양국 밀착이 정점에 이르는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가장 민감하게 여겨지는 것은 '첨단 기술'이다. 북한은 이미 두 차례 실패한 정찰위성을 이달 중 추가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으로, 발사에 성공해도 해상도 등 기술력이 초보적 수준이라는 점에서 기술 지원이 절실하다.
여러 전문가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미국에 의존적인 우리 안보체계에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오래된 재래식 무기를 소진하고 러시아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호기'를 만난 셈"이라며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 등에 응할 가능성이 낮은 미국으로부터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실장은 "경우에 따라 러시아가 정찰위성 기술을 북한에 이전한다거나, 나아가 핵잠수함 건조까지 지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 정부는 (미국의 반대로) 핵잠재력 확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하마스처럼 미사일 수천발을 동시 발사하고 핵무력까지 동원할 경우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의 광폭 행보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까지 상대하는 미국을 더 옭아매는 효과를 노렸다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어 대선 국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를 좁히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기' 만난 北, 국제사회 우려에도 '무기거래' 지속
이미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분야 협력을 개시한 동향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앞서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무기거래 정황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무기를 인도했다는 정보를 확보했으며, 이는 1000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동향에 대해 "북한이 러시아로 보낸 컨테이너 1000개에 군사 장비가 담긴 것이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을 뒤집고도 남을 양"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군 당국자도 전날 컨테이너 해상 운송 정황이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 "컨테이너 적재량을 고려하면 러시아가 가장 필요로 하는 포탄 수십만 발에 해당하는 막대한 분량"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가 이미 여름부터 무기거래를 시작했다는 추가 정황을 보도했다. WP는 위성사진 분석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 국적 선박 2척이 8월 중순부터 최소 5차례 북한 나진항을 왕래했으며, 이때 컨테이너 수백개가 러시아로 배송됐다고 지목했다. 내용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탄약으로 추정된다는 진단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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