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세상] 휴대폰에 빠져있는 여학생

2023. 10. 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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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A는 온종일 휴대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힘들어하고 쉽게 사귀질 못했다. 요즘엔 휴대폰에 빠져 더 혼자서만 지내는 듯하다. 답답한 나머지 부모가 “휴대폰 좀 그만해라” 잔소리를 하면 A는 버럭 화를 내며 휴대폰을 던지고 화를 낸다.

휴대폰은 여러 기능을 갖는다. 고대 로마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과 역사를 인터넷 서핑한다면 교육적 기능을 갖는다. 아이가 과제 등 할 일을 마치고 나서 여가에 SNS 친구를 찾고 대화를 나눈다면 사회 활동의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다. 하지만 숙제 등 할 일을 미루고 인터넷 서핑을 한다면 같은 행동이라도 회피, 지연, 고집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분이 우울해 인터넷에서 연예인에 대한 소식을 찾는 거라면 연예인에 대한 동일시나 선망, 상상으로 우울한 감정을 회피하거나 탈출하는 기능을 할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반드시 그 행동을 유발하는 유인적인 요소가 있다. 행동의 장기적 결과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말이다. 그러므로 어른들은 부정적인 행동에 대한 훈육도 어떤 의도를 갖고 아이를 주입식으로 가르치기보다는 개방형 질문을 통해 아이가 느끼고 깨닫도록 도와야 한다.

화가 나 휴대폰을 던지는 등의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그냥 가르치려고 들기보다는 질문을 통해 자녀 스스로 생각해 보고 결과를 인식하게 도와주는 게 좋다. 휴대폰을 던졌을 때 한 번 정도는 ‘답답한 마음이 후련해질 수도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줄 필요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시적인 도움도 반복된다면 휴대폰이 없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이 생길 것이다. 아마도 ‘그건 아니다’라는 걸 아이도 알게 된다. 부모님의 잔소리 야단은 잠시 멈출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휴대폰 사용 금지 등의 벌을 받을 수도 있다. 분노가 치밀어 자신의 핸드폰을 바닥에 던지니 잠시 후련했으나 휴대폰이 부서지고 다시 사지 못하면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이 더해질 거다. 결국 일시적으로는 자신의 감정에 도움이 되는 게 있으니 파괴적 행동을 반복하고 있지만, 결국 더 손해를 보고 있다는 걸 스스로 냉정하게 알게 도와줘야 한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휴대폰에 빠지는 행동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외로움과 우울함이 힘들어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연예인이나 좋아하는 웹툰을 통해 일시적 만족감을 구하지만, 친구들과 사귐에서는 더욱 멀어지고 외로움과 울적함이 차츰 더 심해짐을 알게 한다.

물론 A가 이런 악순환을 아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행동의 전략을 알아야 한다. 수줍은 성격 때문에 친한 친구 관계가 없고 휴대폰이라는 가상의 세계에 더욱 빠져들고 현실에서 친구 관계를 회피하니 친구들과는 더 멀어지고 우울함도 심해진다는 걸 인지한다 해도 행동이 달라지도록 배우지 못하면 아이는 긍정적인 감정 경험을 못 하게 되고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대안적인 행동을 함께 찾고 계획하며, 이런 행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기분의 변화를 함께 이야기해본다. 예를 들어 친구들에게 간단한 문자, 즉 “오늘 뜨개질 과제가 너무 많지 않니”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점차 어려운 과제로 옮겨가 “과제 같이 하지 않을래”라고 문자를 보내볼 수 있다. 그런 다음 다른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단계적 방법을 함께 모색할 수 있다. 친구들에게 학교와는 무관한 활동도 함께 해보자고 제안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세부 단계들 하나하나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아이가 하는 행동의 겉만 보지 말고 아이가 그 행동을 하는 이유, 그 행동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이해에서 끝나지 않고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겠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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