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선거정보 제공 시 시각장애인 위한 편의 제공해야"

선거 관련 정보를 제공할 때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인권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위원장에게 선관위 정책·공약마당 누리집에 게시되는 선거 관련 정보와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자형 선거공보의 내용을 음성·점자 등으로 출력되도록 전환한 디지털 파일(디지털 선거 공보), 해당 디지털 파일이 저장된 USB 메모리의 라벨과 관련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 및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인 진정인 A씨는 지난해 6월1일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정책·공약마당 누리집에 게시된 일부 후보자의 5대 공약 파일과 디지털 선거 공보, USB 메모리 등에 접근할 수 없어 진정을 제기했다. 선관위는 "정책·공약 등의 자료는 정당과 후보자가 제출한 것을 그대로 게시하고 선관위가 임의로 해당 파일을 재가공할 수 없다"며 "시각장애인 접근성 디지털 선거공보의 제작 주체는 후보자이므로 선관위는 이 사건에서 차별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선관위가 진정인에게 차별행위를 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정책·공약 마당 사이트 게시 및 저장매체 발송 등의 방식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전달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배포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시각장애인이 정책·공약마당 누리집을 통해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선거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저장매체가 어느 정당·후보자의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 정확한 선거 정보가 제공됐다고 보기 어렵고 저장매체에 담긴 파일이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저장매체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며 "선관위는 시각장애인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 보완 요청 등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