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지지' 기댄 文 실패했다…'의대 정원 확대' 용산의 전략

박태인 2023. 10. 17. 11: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제63차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대표적 비윤계 인사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발 벗고 찬성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있다. 바로 의대 정원 확대다.

정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진짜 실행한다면 역대 정권이 눈치나 보다가 겁먹고 손도 못 댔던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정 의원이 언급한 ‘역대 정권’엔 문재인 정부도 포함된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공공 의대 신설 등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의사협회의 파업에 뜻을 접어야 했다.

국민 건강권이 달린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한다. 실현된다면 2006년 이후 17년 만이다. 10년간 매년 의사를 1000명씩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 16일 윤석열 정부의 의대 확대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증원 규모’를 두고선 대통령실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전날 언론 설명자료에서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발표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구체적 의사 증원 규모를 직접 언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수치 역시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했다.

야당도, 여당 내 비주류도 그리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50% 이상의 찬성률이 나오는 ‘의대 정원 확대’에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2020년 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의료원을 찾아 의료진들을 격려하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시도 높은 대중 지지와 국민 건강권이란 명분을 믿고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똘똘 뭉친 의사협회의 반발을 넘어서진 못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찬성률은 ‘느슨한 지지’에 가깝다”며 “파업이 벌어지면 그 수치가 어떻게 흐를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체적 전략과 국민을 설득할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길어지며 정부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2020년 9월 문 전 대통령의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간호사분들이) 얼마나 어려우시겠습니까?”라는 발언은 ‘의사, 간호사 갈라치기 논란’으로 번지며 역풍까지 맞았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도 당장 ‘초등 의대반’ 등 사교육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론의 추이를 신중히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윤 원내대표는 이날 의대 정원 확대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뉴스1

대통령실은 당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매번 갈등과 정쟁의 최전선에 놓여서는 안 된다”며 “주요 정책은 이제 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때마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와 여당은 언제든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이번만큼은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해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당·정 소통은 물론 국민의 의견도 충실히 들을 것”이라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