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뒤흔든 테러의 그림자…총격 사건으로 벨기에-스웨덴전 중단

송지훈 2023. 10. 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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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인근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 소식이 전해지자 안타까워하는 벨기에 축구 팬들. AP=연합뉴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자국대표팀을 원정 응원 중이던 스웨덴 축구 팬들이 테러범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벨기에와 스웨덴의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선수권대회(이하 유로2024) 예선 도중 브뤼셀 시내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스웨덴 원정 팬 2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크게 다쳤다.

벨기에 언론 보도에 따르면 브뤼셀 도심 생크테레트 광장 부근에서 이슬람 계열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스쿠터를 타고 나타나 총을 쐈다. 이어 인근 건물로 들어가 거듭 총격을 가하고 현장을 떠났다. 사건 발생 직후 벨기에 경찰은 테러 경보를 최고 수준인 4단계로 격상했다. 해당 지역은 벨기에와 스웨덴의 A매치가 열린 스이드 루아 보두앵에서 5㎞ 가량 떨어진 곳이다.

한 목격자는 “주황색 재킷을 입은 사람이 스쿠터를 타고 광장 교차로 부근에 멈춘 뒤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친 뒤 갑자기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총기 테러 발생 현장을 벨기에 경찰들이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테러범의 총격 현장을 감식하는 벨기에 경찰. AFP=연합뉴스
벨기에는 총기 테러 직후 테러 경보를 최고 수준인 4단계로 격상했다. 브뤼셀 시내에서 무장한 채 주위를 살피는 벨기에 현지 경찰들. AFP=연합뉴스

범인을 자처하는 인물도 등장했다. 압데살렘 알길라니라는 인물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나는 이슬람국가(IS) 출신이자 알라신을 위한 전사”라면서 “스웨덴인 3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벨기에 경찰은 “총격을 받은 3명 중 사망자는 2명이며 한 명은 중상”이라고 발표했다.

알렉산더르 드크루 벨기에 총리는 “스웨덴 축구 팬들을 향한 참혹한 공격이 브뤼셀에서 발생했다. 희생자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은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는 애도문을 공개했다. 에릭 반두이세 벨기에 검찰청 대변인은 “추가 테러 위협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 것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테러 여파로 벨기에와 스웨덴의 유로2024 예선 경기도 중단됐다. 1-1로 전반을 마친 직후 하프타임에 해당 소식을 전해들은 스웨덴 선수들이 경기 중단을 요구했고, 벨기에 선수들도 동의하면서 후반전은 열리지 않았다. 얀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전반전을 마친 직후 해당 소식을 접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의견을 모은 결과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는 취지로 경기 중단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테러 행위에 대해 개탄했다.

경기장 인근 테러로 자국 축구 팬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침울해하는 스웨덴 축구 팬들. AP=연합뉴스

경기 취소 직후 한 시간 뒤부터 벨기에 경찰의 통제 하에 선수단과 관중들이 질서 있게 대피하면서 경기 일정이 마무리 됐다. UEFA는 “브뤼셀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해 경기 당사자 두 팀 및 벨기에 경찰 당국과 함께 논의한 끝에 경기 중단을 결정했다”면서 “경기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 발표했다.

축구 팬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묻지마 테러’는 향후 유럽 축구계에 적잖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로2024 예선이 한창 진행 중인 데다 내년 6월 본선도 앞두고 있어 추가 테러 및 모방 범죄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삼엄한 경비 시스템이 갖춰진 경기장 및 그 주변과 달리 일반 축구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는 예방 및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관계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총기 테러가 발생한 지역을 봉쇄한 벨기에 경찰. AP=연합뉴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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