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브레이크'... 독일의 놀라운 선택을 보라

김병권 2023. 10. 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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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그 중심에 가다] 새로운 단계 접어든 기후대응... '녹색전환' 위한 정책 펴는 독일

녹색전환연구소는 2주간(9월 10일~25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급변하고 있는 유럽사회의 에너지·기후 관련 현장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지역과 마을 단위로 전환의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다양한 도시와 장소, 연구기관, 의회 등을 방문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로 유럽사회의 성과와 여전히 남은 과제와 한계에 대해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기자말>

[김병권]

윤석열 정부가 집권하면서 가장 큰 반전이 일어난 산업분야를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전력산업분야다. 전력생산에서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갑작스럽게 중단된 반면, 이를 핵발전으로 대체하려는 정책으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연간 4기가 와트 용량 수준으로 늘었던 태양광 발전은 독일과 비슷한 수준의 증가세였지만, 2022년부터 급반전하여 올해는 3기가 밑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수준으로 후퇴하는 것이다. 반면 독일은 이제 10기가 와트 수준으로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다.
 
 한국과 독일의 연간 태양광 설치량 추이(단위:GW)
ⓒ 김병권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억압정책은 글로벌 추세와 비교해도 극히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독일은 2018년 대비 3배가 늘어난 10기가를 올해에 신규로 설치할 예정이고, 미국 역시 2018년 10.2기가 설치를 했었지만 올해는 35기가 이상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사례는 좀 더 충격적이다. 2018년 중국의 태양광 설치는 44.3기가였다. 그런데 올해는 무려 155기가 와트를 불과 한해 동안에 신규로 건설할 전망이다. 심지어는 2018년까지만 해도 한 해에 고작 0.2기가 수준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던 프랑스 조차 올해는 3기가 이상을 신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들이 2018년에 비해 모두가 3배 이상의 태양광 확대를 서두르는데, 우리는 오히려 2018년 수준으로 후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태양광 발전 억압정책 탓으로 수많은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수요가 끊기면서 고사직전의 위기에 몰리고 있거나, 판로를 찾아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그나마 취약한 국내 태양광 제조산업은 완전히 붕괴될 위험이 있으며, 전력생산에서 탈탄소화도 멀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독일, 전력산업에서 화석연료 완전퇴출을 가시권에

2022년 우크라이 전쟁 발발과 러시아로부터의 가스공급 단절의 충격 탓으로 많은 유럽국가들이 석탄발전과 핵발전으로 유턴하고 있다는 언론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독일 사례를 보면 실제는 전혀 다르다. 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이 가져온 진짜 결과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속화였다. 그 결과 전력산업에서 화석연료를 완전히 퇴출시킨다는 세기적 목표가 완전히 가시권 안에 들어오고 있다.

독일은 이미 2022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46%를 넘은 상황에서 올해 4월 핵발전 완전 폐쇄를 실행에 옮겼을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이 드디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독일은 앞으로 7년 뒤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80%, 그리고 12년 후인 2035년까지 전력생산을 100% 완전히 재생에너지로 공급받을 계획을 확정했다.

이를 위해 태양광 발전설비 신설을 올해부터는 연간 10기가 와트(주택에 2기가, 상업용 3~4기가, 대형 발전업체들이 5기가), 2026년부터는 매년 22기가와트씩 늘려갈 전망이다. 1기가 와트는 통상적 핵발전 설비 1기에 해당하므로 2026년부터는 핵발전 설비를 매달 약 2개씩 짓는 것과 같은 속도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확대하겠다는 실로 야침찬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 태양광 시설 뿐아니라 가정용 태양광도 향후 100기가와트 이상 설치를 목표로 급격히 확대할 예정이다.

태양광이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할 것이지만 풍력발전 확대도 앞으로 매년 10기가 와트씩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독일은 16개 연방주별로 각 주의 면적의 2%를 육상풍력 부지로 확보하도록 법제화하는 한편, 북부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건설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은 핵발전이나 석탄발전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전력생산에서 핵발전과 화석연료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야심차고 명료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가스관 공급 단절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독일에서 오히려 가장 공격적으로 화석연료부터 독립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산업지각변동, 녹색을 향해 본격화하나?

더 중요한 사실은 독일이 전력부문을 넘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난방 시스템과 산업공정 시스템에서도 탈탄소화 일정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하여 주요 선진국들의 가정에서 난방과 조리를 위한 열에너지는 주로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정에서의 석유나, 가스 보일러 시스템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아직 전혀 진척이 없다.

하지만 독일은 일명 난방법이라고 불리는 건물에너지법(GEG)을 제정하여 특정 지역의 신축 건물 신규 난방 시스템만 최소 65% 재생에너지로 구동하도록 법제화하였다. 난방에서 탈탄소화의 핵심은 전력으로 구동되는 히트펌프 시스템의 대규모 도입계획이다.

독일은 주택의 그린리모델링 과정에서 히트펌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히트펌프를 처음 구입하는 가정에 대해 설비비의 40%를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2030년까지 500만 대를 보급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하여 현재 열에너지의 18%에 불과한 전기화를 2030년까지는 5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독일의 전력, 수송, 열 에너지 탈탄소화 일정
ⓒ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난방에서 탈탄소화를 달성하는 것보다 더욱 어렵고, 탈탄소화의 최종단계에 해당할 수 있는 선업공정 분야도 서서히 전망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철강, 화학업체, 비료업체 등 산업 분야에서 화석연료를 퇴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그린수소의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수소경제는 그린수소보다는 부생수소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을뿐 아니라, 수소의 활용이 대체로 자동차 연료전지에 치중되어 있다. 그러나 독일은 전기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에너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승용차를 포함한 자동차시장은 대체로 배터리 전기차로 전환되는 것을 기정사실화시키고 있다.

대신 수소 말고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다른 대안이 없는 철강산업, 암모니아 제조공정, 고열이 필요한 산업공정 등 산업분야에서 화석연료를 수소로 대체하는 분야에 강력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탄소배출 무상할당 혜택이 종료되는 2030년 이전에 철강산업에서 수소환원제철공정을 도입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은 제철소의 70% 고로가 내구연한이 다해 전기고로, 수소환원철 등 설비 전환의 기회가 열려 있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그린철강'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생산하고 공급할지, 그리고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철강 수요 쪽에서도 그린철강 조달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독일과 유럽의 산업지도가 바뀌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세대 안에 이룰 거대한 변화, 멈춰선 안 된다 

사실 지금 세계는 거대한 산업구조개편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미-중 사이의 첨단제조 분야의 기술경쟁을 매개로 자국산업기반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가 하면, 기후대응과 녹색산업기반 구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일명 IRA, 미국), 유럽 녹색산업계획(EU) 등의 산업정책 경쟁이 한창이다. 갈수록 심각도를 더해가는 기후위기에 맞서, 전력분야와 난방을 넘어, 아예 산업공정을 녹색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녹색산업을 대규모로 창출하는 산업구조의 대변동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독일을 포함한 유럽은 200여 년 동안 지속된 화석연료기반의 탄소문명으로 벗어나고자 전력에서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난방과 교통에서 화석연료를 완전히 없애며, 심지어 산업에서 화석연료를 끊어내는 세기적 도전을 구체적인 일정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난방과 산업에서의 녹색전환은 고사하고 전력생산을 재생에너지로 확대하는 추세 자체를 꺾고 무모하게 이를 핵발전으로 대체해보겠다는 역진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중이다. 그 탓에 산업전체의 녹색전환도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이며, 오히려 화석연료 집약적인 방위산업, 군수산업, 우주산업 등으로 산업의 회색화로 회귀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지금은 2세기 이상 고착된 탄소문명에서 한 세대 안에 벗어날 거대한 지구적 실험이 유럽과 미국, 중국과 다른 대륙 곳곳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추세를 5년 임기의 정부가 임의로 방향을 바꾸려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시대적 추세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부와 정치권은 냉정하게 다시 평가해보고 미래를 위한 결단을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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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병권씨는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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