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유럽 침체에…'1달러=1유로' 다시 온다
美 고강도 긴축에도 견조한 성장…달러 강세
美·유럽, 상반된 경제 상황에 유로화 약세
유로화, 7월 정점 찍은 후 다시 6% 하락
JP모건 "연내 패리티 올 것"
유럽 경기침체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유로화 도입 20년 만인 지난해 처음 현실화된 유로·달러 '패리티(parity·1대1 교환)'가 연내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JP모건은 유로화 가치 전망치를 종전 1.05달러에서 1달러 수준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유로·달러 패리티를 연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씨티은행도 "향후 6개월 내에 유로화와 달러가 등가로 교환될 것"이라며 "미국보다 유럽에 대한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앞서 라보뱅크, 노무라, RBC 캐피털 마켓 등도 최근 유로화 전망치를 하향했다. 이들 은행은 유로화가 올해말이나 내년초 1.02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봤다.
현재 1유로는 1.05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 7월 중순 정점을 찍은 후 다시 6% 가량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유로화 가치가 지속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년여 만에 또 다시 '1유로=1달러'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앞서 유로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면서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 통화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내려간 바 있다. 이에 따라 유로화 도입 20년 만에 유로·달러 패리티가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의 상반된 경제 상황이 유로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3월부터 전례없는 고강도 금리인상에도 강력한 고용과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면서 달러 가치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금리인상 영향으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유로화 가치 역시 하락세다. 특히 유로존 최대 성장 엔진인 독일의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이 0.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라 찬단 JP모건 글로벌 외환전략 리서치팀 헤드는 "유로화는 최근 약세에도 불구하고 통화가 직면한 수많은 불확실성에 대한 할인을 여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장이 정체되는 가운데 금융 여건은 더욱 긴축되고 잠재적인 지정학적 위험은 넘쳐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도 유로화 가치 하락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이번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만약 이스라엘이 하마스 배후설의 책임을 물어 주요 산유국인 이란을 공격하는 등 이번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면 국제유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유럽의 가스 벤치마크 선물 가격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전쟁이 시작된 7일 이후 지금까지 무려 26%나 치솟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총재도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가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ECB의 추가 긴축은 유럽의 경기침체를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가가 치솟으면 유럽과 미국 모두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의 유로화 매수세도 약해지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한주간 유로화 레버리지 펀드 중 순매수 포지션은 약 7만5000건으로 이는 지난 8월(17만건) 대비 대폭 줄어들었다.
로보뱅크의 외환거래 전략 헤드인 제인 포리는 "유럽은 많은 전선에서 장애물에 직면했다"며 "우리는 달러·유로 패리티가 확실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몇달 내에 패리티 논의가 점점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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