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디지털 성범죄…팍팍한 청춘 현실 담는 범죄 누아르 [D:방송 뷰]
심화되는 양극화에 좌절하는 청춘들
범죄 또는 폭력 등을 다루는 어두운 분위기의 누아르 장르에 청춘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좁힐 수 없는 빈부 격차를 확인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가 하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하는 등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담아내면서 장르적 쾌감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난한 집안에 폭력을 행사하는 새 아버지까지. 막막한 일상을 보내던 연규가 지역 조직의 부두목 치건과 우연히 얽히게 되고, 이에 범죄조직에 가담한다. 이를 어두운 톤으로 담아낸 ‘화란’은 오랜만에 등장한 묵직한 범죄 누아르로 반가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송중기가 ‘화란’에 대해 “‘누아르’라는 용어가 조직폭력배 영화로만 쓰일 때가 많아서 ‘송중기가 건달영화 하고 싶었구나’라고 보시는 분도 계시더라. 그런데 이 영화를 조폭, 건달 영화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화란’은 여느 범죄 누아르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한다.
신인 배우 홍사빈이 주인공으로 나선 이 영화에서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네덜란드 이민을 꿈꾸는 그의 모습이 담긴다.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청년 세대의 팍팍한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것. 양극화에 대한 청년층의 절망이 연규의 희망 없는 모습으로 대변이 되고 있는 셈이다. ‘화란’이 누아르인 동시에, 또 다른 청춘 영화 같다는 반응을 얻은 이유다.
또 다른 범죄 누아르 드라마 ‘거래’는 이 같은 메시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작품이다. 인질로 잡힌 동창을 포함한 세 친구가 벌이는 허술한 납치극이 걷잡을 수 없는 길로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현재 웨이브를 통해 공개 중이다.
사기를 당해 큰 빚까지 지게 된 흙수저 준성(유승호 분)과 함께 커닝에 가담했지만, 재력가 부모가 없어 홀로 퇴학을 당하게 된 의대생 재효(김동휘 분)가 금수저 친구를 납치하는 내용을 담는 ‘거래’는 설정에서부터 희망 없는 청년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부모의 재력이 곧 미래가 되는, 청년들이 마주하는 양극화 문제를 누아르 장르로 풀어낸 것이다.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에서는 친구의 복수를 대신하는 옥주(전종서 분)의 활약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는 과정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함을 상기시킨 바 있다. 최근 한국 사회의 큰 문제가 된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보는 이들의 분노를 유발, 이 리얼리티를 동력 삼아 액션 누아르의 쾌감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19금 누아르’를 표방한 ENA 토일드라마 ‘악인전기’는 앞선 작품들처럼 청년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현시대를 반영하며 씁쓸한 전개를 선보이고 있다. 생계형 변호사 한동수(신하균 분)가 고교 야구 유망주라 이름을 날리다 범죄조직의 2인자가 된 서도영(김영광 분)을 만나, 어떻게 악인이 되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담아낸다. 앞서 방송된 1, 2회에서는 서도영에게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따끔하게 일침 했던 한동수가 아내가 직장에서 무시당하는 것을 목격한 뒤 각성하는 모습이 담겼었다.
전 회차 청소년 관람불가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악인전기’의 잔혹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김정민 감독은 “재미 요소를 주기 위해 과하게 연출을 했다거나 조폭을 미화시키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보기에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었다. 이 우려와 답변처럼, 누아르 장르 하면 범죄조직, 또는 의리를 강조하던 조폭들 간의 암투를 흔하게 떠올리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작품들 역시 이러한 장르적 재미를 유발하며 그 결을 잇고 있다. 다만 여기에 우리 사회의 다른 이면을 포착하는 변주를 함께 보여주면서 색다른 흥미까지 자아낸다. 물론 어두운 전개의 범죄 누아르 속 주인공들이 청년이 되는 것에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장르 활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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