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엔 오른손, 이번엔 왼손… 항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나서는 휠체어테니스 김명제

2020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한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김명제.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5년 전 자카르타에선 오른손으로 메달을 땄고, 항저우에선 왼손으로 메달을 노린다.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김명제(36·스포츠토토 코리아)가 진기록에 도전한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Asain Para Games·APG)이 22일 개막해 28일까지 일주일간의 열전을 치른다. APG는 척수, 절단, 시각, 뇌병변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시아 지역 최고 권위 대회다. 한국은 21개 종목에 345명(선수 208명·임원 137명)의 선수단을 파견하고, 16일 본진이 항저우로 떠났다.

김명제는 하마터면 항저우에 가지 못할 뻔했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이 등급 재분류를 지시했는데 '보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애인경기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선수들의 등급을 나눈다. 김명제가 뛰던 쿼드(quad) 종목은 사지마비 선수들 중 세 곳 이상을 쓰기 힘든 선수들이 나선다.

김명제는 "대회 참가를 위해 대만에 갔는데, 판정을 받지 않으면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비행기표를 어렵게 구해 캐나다로 가서 검사를 받아 쿼드에 뛸 수 있는 장애점수가 나왔다. 그런데도 검사관이 '자기는 판정을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다시 받으라'고 했다.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ITF와 검사관은 라켓을 오른손으로 휘두르다 왼손으로 휘두른 걸 문제삼았다.

김명제는 오른손으로 라켓을 휘두르다 몇 년 전부터 왼손으로 바꿨다. 오른손 검지와 엄지 힘이 약해져서다. 2년 전 도쿄패럴림픽도 왼손으로 출전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났는데도, 이 부분을 문제로 삼은 것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가 나서 항저우엔 갈 수 있게 됐으나, 내년 파리패럴림픽은 다시 검사를 받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김명제는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이래서 당황했다. 솔직히 기분은 안 좋다. 아시안게임에서 더 잘하고 싶다는 의욕도 생겼다"고 했다.

김명제는 야구선수 출신이다. 2005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2009년까지 통산 22승을 거뒀고, 한국시리즈 선발투수로도 나섰다. 하지만 2009년 겨울 운전을 하다 추락사고를 당했다. 12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살아났지만 경추 골절로 은퇴했다.

2018 인도네시아 APG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명제. 당시엔 오른손으로 경기했다. 뉴스1

재활을 통해 걸을 수 있게 됐지만, 장애와 다른 이의 시선이 두려워 그는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30㎏ 이상 체중이 늘어난 그는 용기를 내 헬스장에 갔다. 거기서 휠체어 펜싱 선수를 만났고, 2013년 겨울 테니스를 시작했다. 워낙 운동능력이 좋았던 그는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8 인도네시아 APG에선 은메달(복식)을 따냈다.

그런 김명제가 왼손으로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건 오른손이 점점 쓰기 힘들어져서다. 김명제는 "초등학교 때 왼손타자였고, 밸런스 유지를 위해 왼손으로 던져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왼손을 익숙하게 쓰기 위해 여유있게 먹을 땐 왼손으로 밥을 먹고, 양치질도 왼손으로 한다"고 했다. 김명제는 "아직도 부족하다. 솔직히 오른손으로 칠 땐 쉽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브, 발리, 포핸드, 백핸드 등 처음부터 다시 해야했다"고 말했다.

김명제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응원의 메시지도 보내지만,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김명제는 "저를 안 좋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라며 "아직도 음주운전 사고가 많더라. 나를 보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위험성을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휠체어테니스는 비장애인 경기와 비슷하다. 휠체어를 타고 경기를 한다는 점과 두 번의 바운드까지 허용된다는 점만 다를 뿐, 규칙이 거의 같아. 나인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5~6개의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김명제는 차민형과 나서는 복식에서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김명제는 "인도네시아에선 오른손으로 메달을 땄다. 이번에도 메달을 획득하면 양손을 써 메달을 딴 최초의 선수가 되는게 아닐까"라고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