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오픈AI 대항마 앤트로픽, 오늘 한국 상륙...아마존이 5조 투척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앤트로픽이 17일 한국어로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내로라 하는 글로벌 초거대 언어모델(LLM) 기반 서비스가 속속 한국에 상륙하면서 ‘토종 AI’를 자처하는 하이퍼클로바X(네이버), 코GPT(카카오, 출시 예정) 등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무슨 일이야
17일 앤트로픽은 자사의 AI 비서 ‘클로드’를 이날부터 한국에서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무료로 제공되는‘클로드.ai’와 전문가용 유료 구독 서비스 ‘클로드 프로’를 동시에 출시한다. 앤트로픽은 중앙일보에 “이날부터 한국 이용자들이 한국어로 클로드와 대화할 수 있다”며 “사용자 인터페이스에도 곧 한국어가 적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앤트로픽은 오픈ai 출신들이 2021년 창업한 회사로, LLM 성능에서 오픈AI와 양강 구도를 이룬다. 구글과 세일즈포스 등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대형 투자를 연이어 유치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마존이 앤트로픽에 40억 달러(약 5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한국 시장의 소비자에게 우리의 최첨단 AI 비서를 내놓게 되어 기쁘다”라며 “한국 이용자들이 유용하면서도 무해하며 정직하도록 설계된 클로드를 활용해 생산성과 창의성, 지식을 향상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클로드는 단순히 대화를 이어가는 챗봇을 넘어, 긴 분량의 문서를 요약·정리하는 비서 기능에 특화된 서비스다. 수백 페이지에 해당하는 7만5000개의 단어를 한 번에 입력할 수 있고, 22초 만에 소설책 『위대한 개츠비』를 독파하고 내용을 파악한다.
앤트로픽은 “(클로드는)책 한 권을 통째로 입력한 뒤 요약, 정리, 종합 등을 할 수 있다”며 “기업 재무제표 분석, 기술논문 요약, 법률문서 검토 등에 클로드를 활용하라”고 제안한다. 연구 기관이나 기업 대상 시장에서 챗GPT 엔터프라이즈나 하이퍼클로바X 같은 기업용 AI 서비스와 클로드 간 경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직접 써보니
한계와 장점은 뚜렷했다. ‘OO에 대해 알려줘’ 등 일반적인 지식을 묻는 질문에, 틀린 답변을 천연덕스럽게 내놓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이 일어났다. ‘효령대군에 대해 설명해 줘’라고 하면 ‘조선 왕 인조와 공혜왕후의 왕세자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효령대군은 태종의 아들이며, 공혜왕후는 성종의 비(妃)다. 동일한 질문을 챗GPT(오픈AI)와 바드(구글)에 던져보니, 챗GPT는 틀린 답변을, 바드는 올바른 정보를 제시했다.
그러나 보고서 요약 능력은 우수했다. 클로드에는 10MB 용량 이하의 문서(txt, doc, pdf, csv 등)를 첨부해 질문할 수 있다. 30쪽 분량의 정부기관 보고서, 도표가 포함된 13쪽 분량의 기업 영문 실적발표 등 문서를 입력한 뒤 질문했더니 내용 요약은 물론, ‘활성 고객 수가 전년 대비 얼마나 늘었나?’ 같은 질문에도 척척 답했다.
주목할 점은
SK텔레콤은 지난 8월 앤트로픽에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 당시 양사는 “고객 서비스, 마케팅, 영업에 특화된 통신사 전용 대규모 언어모델을 공동 개발해 글로벌 통신업계를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걸 알아야
국내에서 LLM 자체 개발에 나선 기업은 ‘네카엘스크(네이버, 카카오, LG, SKT, KT)’와 게임사인 엔씨소프트 등 6곳. 그런데 SKT는 나머지 회사들과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SKT의 자체 모델 ‘에이닷 엑스’는 특정 전문 분야용으로 개발하고, 거대 투자가 필요한 범용 LLM은 글로벌 제휴·협력으로 해결하겠다는 것.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버티컬 모델을 개발하고, 나머지 필요한 부분은 그들(오픈AI, 앤트로픽 등)과 제휴를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모든 자원을 다 쓰고도 승부를 보기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거대한 범용 모델이 아닌 통신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해 ‘좁게, 그러나 세계로’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 자체 LLM을 밀고 나가는 5개 사와 SKT 중 어느 쪽이 최종 실리를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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