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中 탈북민 강제북송' 막지 못한 가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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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간 재중 탈북민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강제송환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외교적 분쟁의 소지가 되지 않도록 '조용한 외교'를 내세웠다.
정작 북송을 밀어붙인 중국 앞에서 가치 외교는 무기력했다.
통일부는 언론을 통해 중국의 대규모 강제북송 사태가 알려진 지 이틀 만인 13일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확인했다.
이제라도 중국의 강제북송을 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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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외교' 한다더니, 뒤통수 맞은 尹정부
조만간 추가 북송…유엔 움직여 中 저지해야
정부는 그간 재중 탈북민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강제송환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외교적 분쟁의 소지가 되지 않도록 '조용한 외교'를 내세웠다. 그러나 중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린 9일 밤 탈북민 수백명을 북한으로 내몰았다. 500여명을 일시 북송한 것은 전례가 없는 규모다. '물밑 교섭'이 효과를 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일 협력이 견고해지니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자세가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자신감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빛이 바랬다. 이튿날 대규모 강제북송 사태가 알려진 것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국정감사 중 전해진 북송 소식에 "아시안게임 직후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을 예상했다"며 비판을 자초했다. 중국의 북송 조치를 예견하면서도 아무런 대응을 안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앞세운 ‘가치 외교'를 기치로 내걸었다.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었다. 대북 정책에서도 '인권'을 핵심축으로 삼았다. 남북 대화에 치중했던 문재인 정부와의 차이점을 부각한 것도 이 지점이다. 정작 북송을 밀어붙인 중국 앞에서 가치 외교는 무기력했다. 외교부는 가장 낮은 수위로 항의하는 대사 초치도 못하고 있다. 남은 국감 기간 부처들의 역할을 심각하게 점검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정보망도 제 기능을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통일부는 언론을 통해 중국의 대규모 강제북송 사태가 알려진 지 이틀 만인 13일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확인했다. 이후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정원이 대규모 북송 조짐을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알면서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국정원의 역량을 의심받기엔 충분하다.
한중관계 개선은 국익을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탈북민을 보호하는 것은 헌법상 우리 국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이자,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이다. 향후 보름 안팎으로 재중 탈북민에 대한 '2차 북송'이 시작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제라도 중국의 강제북송을 저지해야 한다. 유엔 난민기구(UNHCR)를 압박하고 국제사회 공조를 이끄는 외교적 노력이 시급하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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