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8일 이스라엘 방문… 확전 억제, 위기 해소 목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8일 전쟁 지역인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지를 강조하고, 이란이나 헤즈볼라 등 적대 세력에 확전 억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목적이다.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잔인한 테러 공격에 맞서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고 다음 단계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요르단 암만을 방문해 압둘라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만날 것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국민의 존엄성과 자결권을 옹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가자지구 민간인의 인도주의적 요구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 지역을 방문하는 건 지난 2월 우크라이나 키이우 이후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순방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역내 지지, 확전 억제,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위기 해소, 민간인 탈출을 위한 국경개방 등 복잡한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역내, 세계에 중요한 순간 이곳에 올 것”이라며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 위기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려는 모든 국가나 비국가 행위자에게 ‘하지 말라’는 우리의 명확한 메시지를 강조할 것”이라며 “이미 두 개의 항공전단과 기타 군사 자산을 역내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납치된 인질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이스라엘로부터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고,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작전 수행 방법을 듣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구역’ 설치 문제도 논의한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 요청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은 다자기구 등의 인도적 지원이 민간인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가능한 한 빨리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가 구호품을 압류하는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차단하면 우리는 이를 가장 먼저 규탄하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초청 수락은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미국의 연대를 보여줄 수 있지만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을 200만 명이 갇혀있는 가자지구의 유혈사태와 묶어둘 것”이라며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정치·안보 측면에서도 엄청난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CNN도 “바이든 대통령을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 대응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고,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참상이 확산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가자지구 사망자는 2808명, 부상자는 1만850명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 주변 국가들은 최근 블링컨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주민들 피해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국경이 막힌 상태에서 가자지구 지상전은 대규모 사상자 우려를 키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대피 시간을 벌어줄 목적도 있는 것으로 NYT는 분석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스라엘 공격을 ‘전쟁 범죄’라고 규탄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민주당 소속 코리 부시 하원의원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집단적 처벌은 전쟁 범죄”라며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부시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3명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보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즉각적인 휴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발의했다.
미 행정부 관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열린 점을 언급하며 “이미 기류 변화가 느껴진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 제거를 지지했지만, 이스라엘이 건물을 폭파하고 팔레스타인 사상자를 유발하면 전 세계 여론이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네타냐후 정부에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분명 민간인의 추가적인 고통을 보고 싶지 않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중요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가자지구에 들어가고, 무고한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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