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속도 조절 나선 유럽…韓 완성차 업체, 수출 돌파구는

우수연 2023. 10. 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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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유럽 배기가스 배출 규제 '유로7' 도입 늦춰
초안보다 승용차 5년·상용차 4년 도입 시기 유예
타이어 분진·전기차 배터리 내구성 등 일부 규정은 강화
EU, 사실상 유럽 내연기관車 시대 연장 시사
현대차·기아 유럽 전동화 전략 수정 불가피
'유로7' 대응 내연기관 엔진 개발 필요성도

유럽연합이 새로운 배기가스 배출 규제 '유로7' 도입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늦추고 있다. 지난해 유럽은 강력한 내연기관 규제로 전기차 시대로의 발 빠른 전환을 예고했다. 하지만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막대한 설비·연구개발(R&D) 투자 부담을 호소하면서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글로벌 빅3 친환경차 시장인 유럽이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우리 완성차 업체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유로7 차량 생산을 최소화하면서 전기차로 유럽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부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유럽의회 환경위원회는 새로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법안인 '유로7' 개정 안건을 61%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도입 시기를 연기하는 등 지난해 11월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초안에서 한발 물러선 내용이란 평가다. 이번 법안은 오는 11월 유럽의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후 EU 이사회와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보통 유럽연합의 입법 과정은 집행위원회가 제안을 하면 의회의 자문을 거쳐 이사회가 최종심의 의결을 한다.

유럽 의회 본회의 투표 표결 모습[사진=유럽 의회 홈페이지]

'유로7' 도입 한발 늦춘 유럽연합, 전기차 속도 조절 시사

지난해 11월 EU 집행위가 제안한 초안에서는 유로7 시행 시기를 내연기관 승용차 2025년, 대형상용차 2027년으로 예고했다. 하지만 이번 의회 개정안에는 승용차 2030년, 대형상용차 2031년으로 도입 시기가 미뤄졌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타이어·브레이크 패드에서 발생하는 분진에 대한 규제는 강화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10년 후에도 75%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의무화하는 등 전기차 관련 일부 내용은 집행위가 제안한 초안보다 오히려 기준이 높아졌다.

유럽은 1992년부터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유로1'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환경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도록 했다. 현재 출시되는 내연기관 신차엔 2014년 도입된 유로6가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유로7을 도입할 예정이다.

유로7이 도입되면 질소산화물 배출량(대형 경유차 기준)을 ㎞당 0.4g에서 0.09g으로 줄여야 한다. 미세먼지는 0.01g에서 0.008g, 일산화탄소 허용치도 1.5g에서 0.2g로 크게 낮아진다.

유로7은 내연기관뿐만 아니라 전기차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유로6까지는 엔진을 통해 나오는 배기가스만 환경오염 물질로 봤다. 하지만 유로7부터는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분진이나 폐배터리로 발생하는 환경 오염까지도 규제 대상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에 적용 중인 유로6도 까다로운 기준 탓에 충족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때문에 한단계 강화된 유로7은 사실상 마지막 내연기관 규제 등급으로 여겨졌다. 유로7 기준을 지켜 내연기관차를 만드느니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이다. 유로7의 도입은 곧 배기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유럽 전기차 목표 수정 불가피…韓업체 대응은

그동안 유럽은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전기차 보급의 선봉에 서왔다. 내연기관 시대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대에도 자동차 강국이 많은 유럽의 기술 우위가 이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의 계산은 빗나갔다. 전기차 생산·개발에선 미국과 중국업체에 주도권을 뺏겼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전기차 생산 1위 브랜드는 중국의 BYD, 2위가 미국 테슬라, 3위가 유럽의 폭스바겐그룹이다.

그러자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인 이탈리아, 프랑스, 체코 등 8개국 집행위원들은 유럽 환경 규제를 오히려 늦추자고 주장했다. 전기차 헤게모니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을 늘리면 역외 국가 브랜드들에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완성차 업계를 대표하는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온실가스 저감 효과에 비해 유로7을 준수하기 위해 들어가는 개발 비용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규제를 맞추기 위해 쓰는 비용을 전기차 개발 투자로 전환한다면 환경 개선 효과가 더욱 클 것이란 논리를 펼쳤다.

기아가 지난 12일 개최한 '2023 기아 EV 데이'에서 선보인 전기차 라인업[사진=기아]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유로7에 대응하는 내연기관 개발은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발 빠른 전동화 전략으로 현대차는 2030년 유럽 시장 전체 판매 물량의 71%, 기아도 74%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유로6를 만족하는 내연기관차 판매 연장을 시사하면서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대응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가 유럽의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를 들고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 정책변화로 내연기관의 수명이 연장된다면 우리도 차세대 내연기관 엔진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정책을 주도하기보단 미국·유럽·중국 등 거대 시장의 정책 변화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우리 업체는 여러 가지 길을 열어놓고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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