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 집회 금지 가능…개정 집시법 시행령 시행

용산 대통령실 인근 도로에서 열리는 집회·시위에 대해 경찰이 교통 소통을 이유로 금지할 수 있게 됐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개정 교육과정을 비판하는 '10·10 자유문화대회'를 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이 17일 공포·시행됐다고 밝혔다. 개정령에 따르면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 용산 대통령실과 관저를 둘러싼 이태원로와 서빙고로 등 11개 도로가 추가됐다. 서초동 법원·검찰청 사거리, 강남대로 등도 주요 도로에 새로 포함됐다. 최근 5년간 집회·시위가 개최되지 않았거나 교통이 과거에 비해 원활해진 12개는 제외됐다. 주요 도로 개정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이번 개정령을 두고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을 대통령 관저로 판단하고,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를 규정한 집시법 11조의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ｍ 이내 집회 금지’ 조항을 근거로 집회를 막아왔다. 이에 집회 주최 측이 법원에 집행정지를 청구하고, 법원이 ‘집무실을 관저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반복됐다.

지난 12일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경찰이 대통령 집무실 집회를 여러 차례 금지했다가 법원에서 기각한 바 있는데 법으로 안 되니 시행령으로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은 “작년 12월 대통령 관저 100ｍ 내 모든 집회 금지가 과도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을 뛰어넘는 시행령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주요 도로를 근거 없이 추가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행령 개정으로 일정 부분 줄어든 것도 있어 전체 숫자로 보면 주요 도로는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령을 통해 주거지역이나 학교·종합병원·공공도서관 인근 집회·시위의 소음 단속 기준도 강화된다. 해당 지역에서 열린 집회·시위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최고 소음 기준 위반 횟수를 ‘1시간 동안 3번 이상’에서 ‘1시간 동안 2번 이상’으로, 평균 소음 측정 시간은 ‘10분’에서 ‘5분’으로 단축됐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