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에 35만원 번다…돈이면 OK"…홍대서 퍼지는 日 '토요코 키즈' 문화

방제일 2023. 10. 1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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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노숙·성매매 등

일본 도쿄의 유흥가인 가부키초 거리에서 노숙하고 성매매 등으로 돈을 버는 가출 청소년을 지칭하는 '토요코 키즈' 문화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토요코 키즈'란 일본의 유명 프랜차이즈 영화관인 토호극장의 앞 글자 토와 옆이라는 뜻의 일본어 요코, 아이들을 뜻하는 영어 키즈가 합쳐진 신조어다. 도쿄 신주쿠 유흥가에서 주로 활동하는 '토요코 키즈'는 주로 검은색 위주의 모노톤 옷과 통굽 부츠 등 자신들이 입고 다니는 패션을 뜻하는 '지뢰계'라는 신조어와 함께 2020년대부터 일본의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카광'에는 '홍대 지뢰계, 2023년 가출 청소년의 삶'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서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돈벌이를 하는 여중생들이 직접 인터뷰에 응한 모습이 담겼다. [사진출처=유튜브 채널 '카광']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카광'에는 '홍대 지뢰계, 2023년 가출 청소년의 삶'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서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돈벌이하는 여중생들이 직접 인터뷰에 응한 모습이 담겼다.

'지뢰계'란 본래 일본에서 만들어진 패션 신조어로 '밟으면 터지는 지뢰 같은 여자'라는 뜻이다. 예쁜 겉모습과 달리 정신상태가 불안해 충동적이고 위험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을 일컫는다.

인터뷰에 응한 16세 A양은 3개월째 '조건만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뜨끈한 된장찌개 먹고 일어나서 자해하고 옷 입고 화장한다"며, 이후에는 "다 같이 모여 틱톡 찍으면서 논다"고 설명했다.

유명해지고 관심받고 싶다는 A양은 "엄마랑 싸우고 엄마한테 물 붓고 (경찰서 갔는데) 트위터에 자랑글을 올렸다. 전 ADHD, 조울증 있고 이것저것 정신병이 많다"고도 했다.

가출 경험도 있다고 말한 A양은 "남자 만나서 돈 벌었다. 처벌도 안 받았다. 여중생이라서 무적이다. 앱으로 만나는데 미성년자라고 밝힌다. 30분에 35만원 정도 받는다"고 당당히 밝혔다.

A양과 더불어 인터뷰에 응한 B양은 1년간 이런 생활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B양은 "(미성년자라고 하면)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된 전자담배를 받고 성인 남성과 데이트한 미성년자가 본인"이라고 밝혔다. [사진출처=유튜브 채널 '카광']

이어 그는 "부모님도 다 알고 계시고, 위험한 만큼 돈을 많이 번다. (조건 만남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한 달에 150만원 정도 번다"고 털어놨다.

A양과 더불어 인터뷰에 응한 B양은 1년간 이런 생활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B양은 "(미성년자라고 하면)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된 전자담배를 받고 성인 남성과 데이트한 미성년자가 본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뚱땡이도 돈을 주면 오빠고, 할아버지도 할아버지가 아니다"며 돈이면 다 된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면 되지 않냐는 물음에 A양은 "돈이 잘 안 된다"고 답했다.

장래희망 "호스트바에서 비싼 돈 내면서 샴페인 시키는 여자"

'이렇게 살지 말라'는 조언에 두 사람은 "내 인생이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인터뷰 하면서 인생에 대해 돌아봤다"며 "성매매는 안 하고 패션만 하는 걸 검토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사진출처=유튜브 채널 '카광']

지뢰계에 입문한 계기에 대해 A양은 "지뢰계가 정신 아픈 사람들이 하는 패션이라고 들어서 그거라면 저도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B양은 번개장터에서 산 가방이 '양산형' 지뢰계 패션이라 입문하게 됐다고 했다.

장래희망을 묻자 A양은 "호스트바에서 비싼 돈 내면서 샴페인 시키는 여자"라 답했다. 이에 '사춘기라 꼴 같지 않은 짓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 같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A양은 "여자의 효력이 없어질 때까지 돈 받고 데이트할 것"이라면서도 "한 달에 500만원 정도 들어오면 이 생활을 멈추겠다. 그냥 다 때려치울까? 청산하고 새 인생 살까? 퐁퐁남 한 명 잡아서 결혼 예쁘게 할까? 간호사 돼서 의사랑 결혼해야지"라며 불안한 정신 상태를 드러냈다.

'이렇게 살지 말라'는 조언에 두 사람은 "내 인생이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인터뷰하면서 인생에 대해 돌아봤다"며 "성매매는 안 하고 패션만 하는 걸 검토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A양과 B양, 두 사람은 트위터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은 주로 홍대 6번 출구에 '멘헤라 공원'이라고 불리는 경의선 책거리에 상주한다.

여기서 멘헤라는 '정신건강(Mental Health)이 좋지 않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다. 주로 가정폭력, 집단 괴롭힘 등 어두운 과거 탓에 자기 파괴적 행동을 일삼고, 타인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특성을 가진 집단을 지칭한다.

멘헤라는 일본에서 시작돼 한국으로 흘러온 문화인데,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을 악용하려는 일부 성인이 '멘헤라 청소년'을 범죄 타깃으로 삼기도 한다. 최근 성 착취 등 큰 논란을 일으킨 '우울증 갤러리' 등 온라인 커뮤니티엔 "애정 결핍이 심한 미소녀 멘헤라 만나고 싶다"와 같은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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