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틈 없는 이야기' 오페라 '노르마' 여지원 "한국 관객 만나 기뻐"

김희윤 2023. 10. 1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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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공연
26∼29일, 영국 로열오페라 프로덕션
"감정의 소용돌이 억제하며 연기"
"아침드라마처럼 편하게 즐겨주시길"

"'노르마'는 성악가에게는 기교적으로 어려운 작품으로 감정적으로 복잡해 제대로 풀어내지 않으면 물음표가 찍히는 오페라지만, 관객 입장에선 이해하기 쉽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사랑·우정·희생과 같은 감정, 아침드라마에 나올법한 삼각관계가 등장하는 등 지루할 틈이 없는 이야기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오페라 '노르마' 기자간담회에서 소프라노 여지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노르마'의 주역 소프라노 여지원(43)은 "강렬한 무대를 선보이겠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벨칸토 오페라의 대가 빈첸초 벨리니의 걸작으로 꼽히는 '노르마'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2016년 시즌 개막 작품으로 선보이며 파격적 연출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1986년, 1988년, 2009년에 이은 네 번째 공연으로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지원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노르마'로 한국에서 노래하게 돼 굉장히 기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성악가 데시레 랑카토레가 노르마로 더블캐스팅 됐다.

2005년부터 해외 생활을 시작해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여지원은 '노르마' 무대가 서울에서 선보이는 첫 오페라 전막 공연이다. 그는 2014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투란도트'의 류 역으로, 2017년 이탈리아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경기도문화의전당 주최 '무티 베르디 콘서트'에 서며 국내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오페라 '노르마' 기자간담회에서 노르마 역에 더블캐스팅 된 소프라노 데시레 랑카토레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앞서 여지원은 2015년 세계 최고 여름 음악축제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의 깜짝 발탁으로 '에르나니'의 엘라비 역으로 데뷔하며 '무티의 프리마돈나'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2017년 세계 최정상 소프라노인 안나 네트렙코와 함께 '아이다'의 아이다 역으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고, 2018년엔 미국 시카고 심포니와 '레퀴엠'을 공연했다. 2019년 독일 바덴바덴 페스티벌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성악가로서 행보를 넓혀나갔다.

여지원은 "나는 주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드라마틱한 역할을 맡았었는데 이번 무대에선 강한 힘을 감추고 내면에 집중하며 노래로 표현하기 때문에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르마는 민족의 종교적·정치적 지도자 역할을 하면서 인간적 감정을 다 버려야 했는데,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배신을 겪으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며 "그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를 억제하면서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여지원과 함께 노르마로 한국 관객과 만나는 소프라노 데시레 랑카토레는 2021년 이탈리아 방송사가 '현존하는 이탈리아의 가장 위대한 소프라노'로 선정한 실력파 성악가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노르마는 강한 여자로 신성한 종교적 지도자의 모습도 있지만, 여성으로서의 노르마에 대해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한 여성으로서 노르마의 내면도 무대에서 보여주려고 한다"며 "한국 관객들이 작품 속 뜨거운 감정을 같이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16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오페라 ‘노르마’ 기자간담회에서 노르마 역의 소프라노 데시레 랑카토레(왼쪽부터)와 여지원,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 메조소프라노 테레사 이에르볼리노, 베이스 박종민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예술의전당]

노르마는 드루이드교를 이끄는 갈리아 지방의 여사제로 정결을 요구받지만, 로마 총독과 금지된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하며 자신을 배신한 남자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에 대한 애증이 드러나는 복합적 인물이다. 이런 노르마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Casta Diva)는 작품과 캐릭터를 대표하는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휘를 맡은 로베르토 아바도는 "이 작품은 특히 캐스팅이 어려운 오페라로, 적합한 가수가 없다면 안 하는 것이 나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바도는 "(작곡가) 벨리니가 쓴 악보는 굉장히 정교하고 명확하며, 작품은 로맨틱하면서 굉장히 클래식하다. 용암 같은 노르마의 고통과 자아가 한 차원 높게 변화하면서 카타르시스를 주는 열정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크닉이 없으면 음악적 문제가 생기는 어려운 작품이지만, 우리는 환상적인 캐스팅을 갖고 있다. 이번 주역들을 선택한 건 탁월했다"고 덧붙였다.

노르마 역의 여지원과 데시레 랑카토레와 함께 아달지사 역에는 메조 소프라노 테레사 이에르볼리노, 폴리오네 역에는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 노르마의 아버지인 오로베소 역에는 베이스 박종민이 출연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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