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료 0원에 장소만 덩그러니…외면받는 공공예식장 [요즘 신혼부부⑦]
“대관료 5만7000원 공공예식장이요? 더 비싼 거 같아 포기했어요.”
전국 지자체들이 저렴한 대관료로 ‘공공예식장’을 운영 중이지만, 추가 비용이 많아 일반 예식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예식장은 지자체에서 소정의 대관료를 받고 공공시설을 예식장으로 개방하는 사업이다. 대관료는 일반 예식장보다 저렴하게 무료부터 100만원 안팎으로 받는다. 올해 서울시는 북서울꿈의숲, 서울시청사,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 등 공공예식장 23곳을 개방해 운영 중이고, 경기(8곳)와 대구(10곳) 등 전국 곳곳에서 공공예식장을 운영 중이다. 경남 김해시에선 3년 전 전국 최초로 호텔급 공공형 예식장을 마련해 운영 중이기도 하다.
정작 공공예식장은 예비 신혼부부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북서울 서울숲 공공예식장을 알아보던 박민경(30‧가명)씨는 상담도 받기 전에 이용을 포기했다. 박씨는 “공공예식장 대관료가 5만7000원으로 저렴해 솔깃했지만, 알고 보니 장소만 덩그러니 대관해 주는 것이었다”라며 “의자부터 장식 등을 추가하면 일반 예식장보다 더 비싸다고 해서 마음을 접었다”라고 토로했다.
박씨 말처럼 공공예식장은 일반 예식장보다 저렴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관료는 저렴하지만, 예식 공간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추가금이 높은 편이다.
공공예식장에서 예식을 치르려면 지자체가 선정한 협력업체와 협의해 세부 예식을 기획해야 한다. 서울시 협력 A 예식 전문업체에 따르면 예식 기본사항으로 기획 진행비(웨딩디렉터, 하객 안내 등 인건비) 120만원, 연출 세팅비(무대, 신부대기실, 하객 의자 등) 200만원이 필요하다. 서울 공공예식장의 절반 이상인 야외 예식장에서 예식을 하면 야외 전문 엠프 50만원도 추가해야 한다. 여기에 일반 예식장에선 대관료에 포함된 생화 연출 등을 공공예식장에선 300만원 이상을 별도로 내고 추가해야 한다.
공공예식장 식대도 기본 식대에 부가세를 포함하면 5만5000~6만6000원 정도로 일반 예식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 결국 하객 100여명이면 총 1170~1330만원이 필요하다. 이는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2023 결혼비용 보고서’에 나타난 평균 예식 비용 1390만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일반 예식장에서 공연, 축가, 사회 등 서비스가 기본으로 포함되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예식장이 더 저렴하다고 보기 어렵다.
2020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결혼식을 한 문아름(38)씨도 일반 예식장보다 더 많은 돈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문씨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결혼식을 하기 위해 공공예식장을 이용했지만, 일반 예식장보다 돈이 덜 들진 않았다”라며 “오히려 준비하면서 예산을 생각보다 더 많이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잘못하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에 비용을 아끼려는 생각은 접었다. 문씨는 “꽃은 추가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사항이었지만, 안 하면 휑해 보일 것 같아서 추가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공공예식장 시설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신부대기실 조성 불가, 일부 음식물 반입 불가 등은 공공예식장을 설명할 때 꼭 따라붙는 설명이다. 온라인에선 공공예식장의 위치나 시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결혼 관련 온라인 카페에선 ‘○○ 지역 공공예식장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대중교통을 타고 가기 불편한 위치에 있다’, ‘예식장이 아니라 식당 같다. 예식 진행에 있어 매끄럽지 않아 추천하지 않는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서울시에서도 이 같은 공공예식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에서 작성한 ‘서울시와 함께하는 나만의 결혼식 활성화 계획’ 문서에 따르면, 시는 공공예식장 예약이 저조한 이유로 하객을 위한 식사 장소, 주차장 등 편의시설 부족과 결혼식장과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등을 꼽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신청자 선호도를 반영한 야외‧한옥 등 예식장 신규 지정과 결혼식장과 어울리는 네이밍, 추가 비용 차단을 위한 투명한 운영 등을 제안했다.
예비부부들에게 결혼 비용 부담을 줄여주려면 공공예식장을 늘리는 것보다 결혼 비용에 대한 혜택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이란 의견도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회적 지위가 불안정한 청년들에게 웨딩 비용은 부담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결혼 준비 과정에서 할인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는 게 청년들에게 더 와 닿는 정책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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