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걷기에 전염되면 모두 건강해져"…'걷기 강사' 키우는 곳 가보니

김민진 2023. 10. 17.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르게 선 자세에서 얼굴은 약간 위로 봅니다. 발을 11자로 두고, 왼발과 오른발 균형을 맞춰 주세요”.

“배에 힘을 주고 등을 곧게 펴세요. 팔을 자연스럽게 흔들면서 적당한 보폭으로 발은 뒤꿈치부터 닿고 발을 누르며 앞 발꿈치로 밀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가을 분위기가 완연한 지난 5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응봉근린공원. 편안한 복장을 한 성인 50여명이 공원 잔디광장 부근에 모였다. 강사의 구령에 맞춰 몸풀기 체조를 마친 이들은 본격적인 ‘실습’을 시작했다.

구부정한 자세, 틀어진 발 각도와 엉성한 발놀림, 걷을 때 팔과 다리가 따로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하는데 어떤 이는 팔, 다리가 같이 나가기도 한다.

“롤링이 안 되거나 엉성하고 잘못된 자세로 평생을 걷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도 2주 정도 교육받으면 완전히 달라집니다. 걷기의 신세계를 만나는 거죠.”(임회진 중구 황학보건지소 주무관·운동처방사)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렇지만 평생 걸으면서도 걷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런 걸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강사로 양성하는 곳이 있다.

서울 중구는 이달 17일까지 ‘건강지도자 양성 기본 과정’을 운영한다. 2019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5회(5기)째다. 2주간 7번, 매회 2~3시간씩 총 16시간 동안 준비운동과 올바른 걷기 자세, 근력운동, 스트레칭 방법 등을 공부한다.

공원에 모인 참가자들이 한국워킹협회 교육강사의 진행에 따라 건강 걷기를 실습하고 있다.(사진=김민진 기자 enter@)
서울 중구는 '건강지도자 양성 과정'을 통해 체계적인 건강 걷기 교육과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과정 진행 실무자인 박응경 약수보건지소 주무관(사진 왼쪽)과 임회진 황학보건지소 주무관이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민진 기자 enter@)

교육은 실습 위주다. 중구 관내 보건지소 운동처방사들과 구와 협업하는 사단법인 한국워킹협회 강사가 진행한다. 기본교육을 이수하면 중구 건강지도자로 자원봉사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만, 욕심을 더 부려 9회 과정의 심화교육을 신청해 더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도 있다.

심화과정을 마치면 구청 프로그램과 별도로 한국워킹협회의 ‘걷기지도자 2급’ 자격증을 취득할 기회도 주어진다. 그야말로 ‘걷기의 달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게 임회진 주무관의 설명이다. 심화과정을 마치고 선발된 인원 중 후속 실습과정(5회)까지 마스터하면 중구의 ‘9988 경로당 운동프로그램’ 등의 강사로도 활동할 수 있다.

박응경 약수보건지소 주무관(운동처방사)은 “중구의 걷기 프로그램은 기본, 심화, 실습과정까지 3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모두 마스터하려면 2개월 동안 꼬박 공부하고 실습해야 한다”며 “본인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능력에 따라 선발해 지도자로 활동할 기회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걷기 교육을 진행한 최선화 협회 교육강사는 “전국에서 중구만큼 체계적이고 지속해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없다”며 “빡빡한 스케줄로 집중적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교육의 밀도와 질이 높다”고 했다.

그런 만큼 중구에는 ‘걷기 좋은 날’과 같은 권역별·동별 소모임이나 대규모 걷기 대회가 활성화돼 있다. 이런 교육을 통해 지난 5년간 양성한 48명의 ‘걷기 마스터’들은 자체적으로 건강지도자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며 다시 걷기 강사를 양성하고, 자원봉사를 이어가면서 붐을 조성하고 있다.

이날 기본 교육에는 40대부터 최고령 84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석했다. 대개 교육생의 80% 정도는 50~60대 여성이다.

중구에 사는 주부 윤영라씨(58·사진)는 “허리가 자주 아프고, 좌골신경통이 있었는데 걷기 강사와 운동처방사가 알려주는 대로 걷기와 근력운동을 하니 이젠 진통제 없이 살게 됐다”며 “더 공부해서 친구들에게 건강한 걷기를 알리고, 자원봉사를 하며 즐겁게 사는 건강지도자로도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건강지도자 양성 기본 과정'에 참여한 김인호(사진 왼쪽)씨와 윤영라(오른쪽)씨가 걷기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사진=김민진 기자 enter@)

정년퇴직 후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김인호씨(61·사진)는 “주변 지인들의 소개로 토요일마다 걷기 모임 샛별클럽에 나갔다가 체계적으로 걷는 방법을 알려주는 분들을 알게 돼 이번 교육에도 참여하게 됐다”며 “무작정 걷는 것보단 제대로 배우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왔고, 제대로 배워서 주변 사람들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박응경 주무관은 “오랜 시간 본인에게 익숙한 자세로 걷다가 교정하는 것을 힘들어하지만 평생 몰랐던 걸 알게 돼 좋았고 건강해졌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중구는 기본교육을 이수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달 24일부터 9회(24시간) 과정의 심화과정을 진행하고, 심화과정이 끝나면 11월21일부터는 5회, 10시간짜리 실습과정을 진행한다. 교육은 모두 무료로 신청할 수 있지만 중구민만 가능하다. 심화·실습 과정은 요건을 충족해야만 참여할 수 있다.

한편, 지난 4월 ‘남산꽃길 걷기대회’를 개최한 중구는 11월 4일에도 남산에서 ‘중구민 걷기 대회’를 연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