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그림자로 눈물 흘린 염갈량…19년 지나 "그 선택이 옳았다"
차승윤 2023. 10. 17. 05:58
조연으로 살아왔던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에게 주연이 될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LG는 지난 15일 두산 베어스전 승리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2위 KT 위즈에 6.5경기 앞선 1위. 염경엽 감독이 KS에 직행하는 건 2013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사령탑 데뷔 후 처음이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 시절 내내 조연이었다. 통산 타율이 0.195에 불과했다. 그래도 총 다섯 번의 우승 반지를 꼈다. 선수로는 현대 유니콘스에서 두 차례(1998·2000년) 우승했다. 은퇴 후 현대 프런트로 남아 2003·2004년 우승을 함께했다. 넥센 감독에서 물러나 SK 단장으로 재직했던 2018년에도 KS 우승에 힘을 보탰다.
주인공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특히 2004년 KS에서 자신이 조연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9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현대가 우승했다. 당시 운영팀 소속이던 염 감독은 축하연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염경엽 감독은 "그날 새로 산 브랜드 신발을 신고 왔는데 (빗속을 뛰어 다니다) 버려야 했다. 한참을 뛰어다녔다. 야구장 앞에서 택시가 잡히지 않아 (호텔까지) 거의 뛰어서 갔다"며 "축하연 플래카드부터 음식 세팅까지 다 맡았다. 우승 하이라이트 영상도 퀵 서비스로 받아 준비했다. 파티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축하연이 예약된 호텔까지 거리는 약 3㎞였다. 폭우 속을 달렸으니 새 신발도, 정장도 남아날 리 없었다. 그는 "옷은 다 젖었고, 축하연 준비는 잘해야 본전이었다. 밥도 못 먹고 준비했다"며 "행사가 시작하고 밖에 담배를 피웠다. 눈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더라.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싶었다. 우승했는데 난 그 자리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돌아봤다.
염경엽 감독의 2004년 일화는 이미 지난 2014년 KS 때 전해진 바 있다. 하지만 그때의 염경엽과 지금의 염경엽은 또 달라졌다. 2014년 넥센은 삼성에 무릎 꿇었다. 프런트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았던 그는 2017년 SK 단장이 돼 2018년 우승을 맛봤다. 2019년 SK 감독을 맡았으나 시즌 막판 역전을 허용해 우승에 실패했고, 2020년에는 9위까지 추락하는 등 아픈 기억도 쌓였다.
그 시간을 거쳐 다시 1위 감독이 됐다. 프런트 때부터 쌓아온 철저함이 계속 더해진 덕분이다. 염경엽 감독은 "(그때는) 내가 선택한 이 길(프런트)이 맞나 싶어 눈물이 났다"면서도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맞았던 것 같다. 그러니 단장도 할 수 있었다. 운영팀, 기획팀, 외국인 스카우트에 홍보 업무까지도 다 했다. 모기업 그룹 감사도 맡아봤다. 업무가 많다 보니 매뉴얼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떠올렸다.
'염경엽 표' 매뉴얼은 올해 LG의 저력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 고우석·정우영·아담 플럿코·케이시 켈리 등 LG 주축 선수 여럿이 부상과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백승현·박명근·신민재 등 새 얼굴을 발굴하고 임찬규·함덕주·이정용 등 기존 선수들의 성장도 더했다. 각 선수에 맞는 디테일한 매뉴얼이 힘이 됐다.
눈물은 추억이 됐고, 조연은 주연으로 올라서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주인공으로서 여섯 번째 우승 반지를 받고 싶어 한다.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올 시즌 두 가지 목표 중 하나가 정규시즌 1위였다. 이제 한 가지(KS 우승) 남았다"고 다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간스포츠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단독] 백종원, 심정지 의식 잃은 사람 구했다..“누구나 할 수 있는 일” - 일간스포츠
- [단독] “멋진 형 노릇 기회 주길” 박수홍 눈물...손헌수 결혼 더 빛난 이유 - 일간스포츠
- 이혜원♥안정환, 자식 농사 성공…子 리환 트럼펫 공연 참석 ‘훈훈 비주얼’ - 일간스포츠
- ‘나는 솔로’ 4기 영수, 16기 영숙 발언에 사과 요구 “선 넘었다” - 일간스포츠
- 촬영팀 민폐 논란 또…‘Mr.플랑크톤’ 측 “쓰레기 무단 투기? 오늘 청소 마무리” [공식] - 일간
- 응급차 타고 행사장行…김태우, 5년 만에 사과 “변명의 여지 없다” [종합] - 일간스포츠
- 차서원♥엄현경 부모 됐다 “최근 득남, 남편도 자리 지켜” [공식] - 일간스포츠
- 신혜선, 주량이 소주 20병?…목격담에 “별명이 신 부장이다” - 일간스포츠
- [TVis] 이상민 “6년 투병 중인 母, 날 못 알아봐…병원에서 사라지기도” (미우새) - 일간스포츠
- 이정후, 여성 감독과 호흡? 알리사 나켄 SF와 감독 면접…'선구적인 업적' -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