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론조사 안 믿어" 與 이랬다가 당했다…"민심 외면한 꼴"

김기정 2023. 10.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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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이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나왔다.

김영옥 기자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2~13일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2%로 지난주 조사(36.3%)보다 4.3%포인트 하락했다. 리얼미터 조사로는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조사 때 기록한 47.8%보다 2.9%포인트 오른 50.7%였다. 민주당 지지율이 50%를 돌파한 것 역시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도 하락했다.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는 긍정 평가는 34%, ‘못한다’는 부정평가는 62.2%를 기록했다. 긍정 평가는 지난주 조사보다 3.7%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2.4%포인트 상승했다.

한국갤럽이 서울경제신문 의뢰로 12~13일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권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민주당 지지율은 38.1%, 국민의힘은 33.9%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지난 조사(8월)보다 4.1%포인트 오른 반면, 국민의힘은 1.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 역시 32.3%로 지난 조사(37.8%)보다 5.5%포인트 낮았고, 부정평가는 8월 조사 당시 56.3%보다 4.9%포인트 상승한 61.2%였다.

김영옥 기자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조사 모두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다음 날인 12~13일 진행된 만큼 여권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론 민주당이 압승한 선거 결과가 영향을 끼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세해 보이는 쪽을 지지하는 현상’인 이른바 ‘밴드웨건 효과’가 이번 조사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향후 여야의 지지율 추이와 관련해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쇄신 폭과 속도가 결국 여론의 반등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 '불신론' 독 됐다"…비상 걸린 與


총선을 6개월 앞두고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당 지지율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자 여권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강서구청장 보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크게 패한다"는 결과가 나올때마다 "바닥 민심은 다르다. 역전이 가능하다"는 반론이 여권에선 팽배했는데, 실제 결과 역시 여론조사와 비슷하게 17.15%포인트 차 패배로 귀결되자 당내에 충격파를 주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그간 여권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조사 결과가 왜곡됐다’며 이른바 ‘불신론’을 조장해 왔던 게 결국은 독이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당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의 '여론조사 불신’은 그간 빈번했다. 지난 3-4월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의 동반 하락세를 보이자, 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은 4월 12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지지도엔 ‘업 앤 다운(Up & Down)’이 있다”며 “요즘 여론조사가 다양하게 나오는데 난 그렇게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7%를 기록하자, 당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어떤 여론조사를 믿어야 하는지 굉장히 의구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같은 달 18일 국무회의에서 “표본 여론조사는 표본 설정 체계가 과학적이고 대표성이 객관화돼야 한다”며 “(여론조사의) 질문 내용과 방식도 과학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론조사 규제 강화 방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론조사를 불신하는 이같은 분위기는 강서구청 선거가 있었던 최근까지 이어져왔다. 국민의힘의 의원이 비공개 여론조사 수치를 보고하자 지도부 인사가 “나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당 내에서 돌았다.


"심각한 민심 이반, 尹에 제대로 전달돼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왼쪽)가 11일 오후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기뻐하고 있다. 반면,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오른쪽)는 패배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스1

따라서 이번 패배를 계기로 국민의힘 내부에선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일부 여론조사는 객관성이 결여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강서구청장 선거를 계기로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의 추이는 현재 민심과 엇비슷하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수도권 민심의 심각성을 모른다. 제대로 된 데이터를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론의 외면은 민심의 외면이다. 대통령은 민심이란 전광판을 매일, 더 깊숙이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여론조사가 물론 존재하고, 여론조사 자체를 맹신해선 안되겠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폄훼해서도 안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여론조사 불신은 정치권 모두의 고질병이란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도 지난해 6ㆍ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불리하게 나오자 “여론조사 통계 다 틀리다”(이재명 대표)는 주장을 했다. 2021년 4ㆍ7 재ㆍ보궐 선거를 앞뒀을 때도 “여론조사에 속으면 안 된다”(이해찬 전 대표)고 주장했는데, 결과적으로 두 선거 모두 여론조사대로 민주당이 참패했다.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 조사는 10월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 대상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서울경제신문-한국갤럽 조사는 10월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3명 대상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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