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신 악역 맡을 수도"…'통합' 외친 홍익표 칼 꺼낼까
“통합”과 “정치적 책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갈등을 언급할 때 자주 쓰는 두 가지 표현이다. 언뜻 상반돼 보이는 두 단어가 홍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 엇갈린 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9일 퇴원한 이재명 대표가 16일까지 당무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일주일 넘게 사실상 ‘원톱’으로 당을 이끌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국정감사으로 다시 부상한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의혹’을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는 더이상 진실을 숨기거나 국민을 속여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이번 사태를 남북 간 9ㆍ19 군사합의를 무효화하는 정쟁에 이용하는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홍 원내대표가 최근 인터뷰에서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가결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거론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 의원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자신의 정치적 선택과 관련해 민주성과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MBN에 출연했을 때도 ‘가결파’ 징계론과 관련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로 판단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16일 공개된 인터뷰에서는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가결파 징계 문제에 대해선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처리하는 게 원칙과 기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천 때 (인위적으로) 불이익을 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징계를 한다면 공천에 임박해서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홍 원내대표가 징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최근 이 대표가 당무 복귀 후 통합에 방점을 둘 것이란 관측이 많은 가운데 “홍 원내대표가 기강을 잡는 ‘배드 캅(bad cop·악역)’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민주당 관계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른바 ‘개딸’은 홍 원내대표를 향해 “대표가 통합을 얘기해도 원내대표가 칼을 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더 강하게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홍 원내대표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후보 캠프에서 총괄정책본부장을 맡는 등 비명계로 분류됐던 점에 포커싱을 두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홍 원내대표가 이원욱ㆍ김종민ㆍ조응천ㆍ윤영찬 등 당내 대표적 비명계를 만나 “통합”을 강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제명이네 마을’에선 “앞에선 징계할 것처럼 말하고 뒤에선 통합이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징계 문제에 대해)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애매하다. 지금 본인 입장이 애매할 것”이라며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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