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만성적 경제 위기론의 폐해

2023. 10. 1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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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나쁘다고 한다.

경기가 안 좋다는 올해도 1%대 경제성장률이 전망된다.

성장 추세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정책으로는 단기적 경기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단기적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정책으로는 경제 체질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일각에서 경제 위기론을 제기하며 정부지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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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경기가 나쁘다고 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와 금리가 많이 올라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예전에도 경기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월 한국은행은 기업을 대상으로 업황을 설문해 기업경기실사지수를 발표한다. 긍정적·부정적 응답을 집계하는데, 통계를 발표한 2003년 이후로 전산업 업황지수가 기준인 100을 넘어선 적이 없으며 장기평균은 77에 불과하다. 경기에 대해 기업들이 언제나 부정적으로 더 많이 응답했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가서 우리나라가 경제위기에 빠졌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우리나라 경기는 늘 나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경기가 안 좋다는 올해도 1%대 경제성장률이 전망된다. 2000년대 5% 성장, 2010년대 3% 성장에 비하면 1%대 성장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성장률 추세 자체가 하락했으며, 현재는 2%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두 종류의 다른 불만이 내재함을 시사한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성장 추세가 2%에 불과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경제성장률이 성장 추세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성장률이 낮다는 말이지만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성장률 하락 원인에 따라 대응책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 추세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고, 저출생·고령화의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 낮아지는 것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다. 반면 성장 추세에 대비해 실제 성장률이 등락하는 것은 경기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적 문제다. 일례로 반도체산업과 주택건설 호황이 나타났던 2017년은 경기 확장기였다. 구조적 현상과 단기적 현상을 구분하지 않고 성장률 하락에만 초점을 둔다면 우리 경제가 언제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인식될 수 있다. 그 결과로 위기에 대처하는 예외적 경제정책 수립을 반복하는 폐해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추가경정예산이 상시 편성돼 왔다.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 편성하도록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1990년부터 2022년까지 33년 동안 추경이 총 38회 편성됐으며,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30년 동안 30회 추경이 편성됐다. 해마다 우리 경제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장 추세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정책으로는 단기적 경기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단기적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정책으로는 경제 체질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구조개혁 정책과 경기 대응책은 서로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경기 수축기에는 정부 재정지출이 수요를 부양할 수 있다. 그러나 평상시의 정부지출 확대는 공급 능력을 초과하는 수요를 유발하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구조개혁이 미비해 공급 능력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결국 민간의 수요가 축소된다. 만성적 정부지출 확대는 민간부문을 위축시키며 경제 역동성 저하로 이어진다.

코로나 위기에서 기준금리를 내리고 정부지출을 늘리며 대응했다면 지금은 그 여파로 발생한 고물가에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한은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올해는 물론이거니와 재정건전화를 강조한 내년 예산안에서도 정부지출은 코로나 위기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돼 있다. 최근 일각에서 경제 위기론을 제기하며 정부지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지출 정상화의 지연은 단기적으로는 고물가를, 장기적으로는 성장세 저하를 유발한다. 경제 위기론에 따른 잘못된 대책이 경제 위기론을 강화할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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