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이 자유 앞선다’ 헛된 이념 체계가 싹틔운 차금법
한반도 내 최초의 서양의학 교육기관인 제중원 의학교의 1회 졸업생 박서양은 이렇게 절규했다.
“누가 좀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만큼만 맞고, 꼭 언제까지만 당하고 나면 그 어떤 괴롭힘이나 방해도 더 이상은 없을 거라고 그렇게 약속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무얼 어떻게 하면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라고 누군가 말해준다면 얼마나, 정말 얼마나 좋을까.”
박서양은 백정의 아들이었다. 그는 세브란스 간호원 양성소의 교수가 됐음에도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무시당했다. 사실 박서양이 의사로 활동하던 때는 이미 갑오개혁(1894)으로 신분제가 폐지된 이후였다. 그러나 정책만 바뀐, 즉 형식적인 변화만 있었을 뿐이었다. 일할 땅과 교육권을 양반 출신들이 대부분 변함없이 착취하고 있었기에 천민 출신들은 여전히 양반의 노예일 수밖에 없었다.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이 제정된다. 이 헌법의 제86조에는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라는 농지개혁 조항이 명시된다. 이로써 이제 ‘땅’이라는 것이 양반 출신들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법치주의의 시작이요, 백성들에게 자유를 가져다주는 발판이 됐다.
또한 대한민국이 건국된 후 이승만 정부는 국민들의 교육권 보장에도 적극 나선다. 이로써 문맹률을 80%에서 20%로 낮추고 중학생·고등학생·대학생 수를 각각 10배, 3.1배, 12배로 늘린다. 이제 ‘교육’도 양반 출신들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이러한 농지개혁과 교육권 보장은 천민 출신들에게 결과적으로 ‘신분제 폐지’라는 평등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그 시작은 노예 상태에 있는 천민 출신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었다. 천민 출신들에게 결과적으로 필요한 것은 평등이었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자유였다. 이 자유가 조선을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게 했다.
자유는 어느 이념을 지향하는 사람이든 중요시한다. 하지만 ‘평등이 있고 자유가 있다’고 하는, 즉 ‘평등이 자유를 만든다’는 체계 속에서 살면 허상만 그릴 뿐이다. 평등이 자유보다 앞서있다는 생각에서는 자기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살기 쉽다. 그래서 열등감 혹은 우월감에 빠지거나 상대적 박탈감 프레임에 쉽게 걸려드는 결과를 맞는다. 무언가 노력을 할 때도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고, 결과적으로 더 심각한 불평등을 만든다.
사상 체계에서도 평등이 자유보다 앞서면 사회·공산주의나 차별금지법 등의 정책을 받아들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 ‘옳다’ ‘그르다’ 하는 기준을 흐트러뜨린다. 그렇다고 평등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며 역차별만 초래한다. 평등과 자유 모두 빼앗긴 노예 생활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 속에서 나타난 것 중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인 예로 떠오르는 게 정의당이 발의해 온 ‘차별금지법’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해 온 ‘평등법’이다. 이는 ‘차별 금지’와 ‘평등’을 내세우면서 한 사람이 동성애에 대해 말할 때 “나는 그것을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조차도 내지 못하게 한다. 동성애에 대한 과학적인, 의학적인, 도덕적인, 법적인 문제를 전문가들이 연구도 못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 역차별만 초래할 뿐이다.
뿐만 아니다.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은 청년들이 취업할 때 이력서에 학력 기재하는 것을 ‘차별’로 여긴다. 이로써 학력 차별을 철폐하겠다는 취지가 좋게 보일 수 있으나 이렇게 되면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취업할 때 학력을 쓰지 않으면 그만큼 다른 스펙을 요구할 테고, 그러면 취업 정보를 알기 쉬운 부유층들이 취업에 더 유리해진다. 대학생과 청년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취업할 때 학력을 쓰지 않으면 면접 역시 늘어날 텐데 그러면 비리가 생기기 쉽다. 대학 입시에서 수능과 정시 제도가 주는 차별을 철폐하겠다며 수시 제도를 늘린 것과 비슷한 경우다. 수시 제도를 통해 대학에 맞는 인재를 찾는 경우는 소수고, 오히려 수시 면접을 통해 늘어난 입시 비리를 보면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이 보인다.
필자는 취업할 때 학력을 기재하는 게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더라도 대학 가서 전공을 잘 살리거나 다른 경험을 통해 매우 잘 성장한 청년들도 있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꿈을 이뤄가면서 멋있게 살아가는 청년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원하는 기업에서 그런 청년들을 잘 찾아내는 것은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학력 기재를 법으로 금지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청년들이 꿈을 꾸고, 치열하게 노력하고, 비록 어려운 길이 있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원한다. 이를 위해 청년들 역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혀 봐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회는 청춘들을 짓밟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황선우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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