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삼 목사의 신앙으로 세상 읽기] 아버지의 일하심으로 일하는 교회

2023. 10. 17. 03: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년 만나교회가 설립 42주년을 맞이하며 ‘교회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목사라면 누구나 위대한 교회의 일과 탁월한 사역을 꿈꾸지 않을까.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신 은혜가 있다. 교회의 탁월함과 위대함이란 ‘어떤 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하신 것이다.

요한복음 5장 17절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아버지께서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안식일 날 베데스다 연못가에서 38년 된 환자를 고치신 일로 인해 예수님은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된다.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는 일이 바리새인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마땅치 않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의 반응에 별반 관심이 없으셨던 것 같다. 예수님은 지금 자신이 행한 일이 ‘아버지의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로 인해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구나! 교회가 진정으로 하나님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하면 율법적이거나 그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거나 핍박을 받을 수 있겠구나!

많은 교회들이 안전한 길을 가고자 한다. 대부분의 교회와 교인들이 세상과 충돌하기보다는 편안한 것을 선택한다. 그러니 교회가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세상적 가치관과 교회의 추구하는 것들이 비슷하다는 말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그리스도는 좋지만 크리스천은 싫다. 크리스천들은 그리스도를 너무 안 닮았다.”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교회에서 그리스도를 닮은 삶의 방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하나님의 방식으로 살지 않는 교회에서 세상보다 더 완고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스캇 솔즈의 ‘세상이 기다리는 기독교’에 샌프란시스코의 저널리스트인 허브 캐언의 말을 인용한 것이 있다. “거듭난 크리스천들의 문제점은 두 번째 생에서는 더 큰 골칫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세상은 오히려 교회와 교인들을 사회 속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기괴한 존재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교회가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을 때 세상은 교회를 경멸한다는 것이다. 마틴 로이드 존스가 참 멋진 말을 했다. “복음의 영광은 교회가 ‘세상과 완전히 다를’ 때 세상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교회는 세상 가운데 존재하지만 세상에 속하여 있지 않은 공동체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세상이 아닌 하나님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이런 교회를 어떻게 세상이 다 이해하고 품을 수 있겠는가. 놀라운 일은 세상이 품을 수 없는 교회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경외심을 갖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교인들이 세상 사람의 걱정거리가 됐다는 말이 그리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세상 한가운데 우리가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앞서 인용한 스캇 솔즈의 ‘세상이 기다리는 기독교’에 나오는 글을 조금 더 보자. “우리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사랑하겠다는 예수님의 계획은 ‘여전히’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중략) 그리스도를 잘못 보여 준 이야기가 하나라면 지독히 아름다운 이야기는 족히 수천 개는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 도성의 결정적인 특징은 하늘 도시의 시민들이 곧 세상 도시의 가장 모범적인 시민이 된다는 것이다. 이 땅의 것들이 아닌 위의 것들에 마음을 두라는 바울의 말을 세상을 떠나라는 뜻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골 3:2) 위의 것들, 곧 하나님이 관심을 기울이시는 것들에 마음을 둔다면 오히려 하나님이 지극히 사랑하신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워지면 세상 속에서 그분의 제자가 된다. 하나님의 사람이 세상과 다른 가치를 가지는 것, 교회가 세상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아버지께서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이런 교회로 인해 다시 우리의 가슴이 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