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은이 위해 마음 모으듯 캠페인 통해 서로 마음 열었으면”
여덟 살 라은이는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심장 수술을 받았다. 라은이는 21번 염색체 장완결실이란 병명을 안고 태어났다. 장완결실은 특정 염색체 2개 중에서 하나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짧은 경우를 말한다.
현재 라은이는 입으로는 음식 섭취가 어렵다. 위장관에 직접 관을 넣어 음식물을 주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위루관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라은이는 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 위루관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고, 척추옆굽음증 치료도 받고 있다.
라은이는 힘겨운 투병 생활 속에서도 찬양 전도사로 사역 중인 아빠의 곡을 듣는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빠의 노래를 들으며 하루하루 소중한 일상을 이어가는 라은이를 위해 삽화가 구경선 작가가 나섰다.
구 작가는 16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토끼 캐릭터 ‘베니’를 만든 인물이다. 귀가 큰 토끼 ‘베니’ 이미지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으로도 제작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구 작가는 ‘베니’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두 살 때 열병을 앓으면서 청력을 잃었고, 2013년에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도 받았다.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이 병으로 그가 볼 수 있는 세상은 매우 제한적이다.
구 작가는 최근 국제구호개발기구 굿피플(회장 김천수 장로)이 라은이와 같은 희소질환 아이들을 위해 펼치는 ‘희귀질환아동지원캠페인’에 동참했다. 누구보다 라은이의 아픔을 잘 아는 구 작가였기에 어린 나이에 힘겨운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라은이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라은이를 돕기 위해 나선 구 작가를 굿피플과 함께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저는 토끼 캐릭터 ‘베니’로 활동하고 있는 구경선 작가이다. 에세이도 쓰고,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만들고, 강연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한다.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청각장애와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는 점뿐이다.”
-굿피플과 함께 라은이를 돕기 위한 협업 캠페인을 진행한 계기는.
“라은이라는 존재 자체가 너무 예뻤다. 이름도 아름답게 다가왔다. ‘은혜를 붙잡는다’라는 라은이 이름에 담긴 의미가 가슴을 울렸다. 저 역시 하루하루 은혜를 붙들고 산다. 남 일 같지 않다. 더구나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부모님의 마음도 와닿는다. 마음이 움직여서 콜라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
-라은이에게 베니가 어떤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지.
“멋지게 대답하고 싶지만 한 가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라은이에게 베니가 가장 친한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
-장애를 극복하고 유명 작가가 됐다.
“지금까지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장애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라는 것이다. 장애를 극복한 건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있는 그대로 살면서 불편도 겪고 감사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지만, 애석하게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여전히 세상은 넓지 않고, 장애인에게는 주어지는 기회가 많지 않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아픈 세상이지 않나. 다른 사람을 살펴보거나 기다려 줄 여유가 없기도 하다. 각자 먹고살기 바쁘고, 스스로 추스르기도 버거운 세상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
-이번 캠페인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요즘 육아를 힘들어하는 부모님도 많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자신의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 자신도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하루가 결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모든 일상이 그저 평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남들이 아무리 말해줘도 이런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스스로 느껴야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 캠페인이 여러분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라은이와 같이 희귀병을 앓는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저도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희귀병 또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은 제가 감히 추측할 수 없다. 단지 우리 엄마의 말을 빌려 이야기를 해드릴 순 있다. 엄마는 제게 장애가 있다는 걸 아셨을 때 수용하기 힘들었고 막막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지인을 따라 교회를 갔다가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씀한다. 하나님은 제 엄마의 역할로 우리 엄마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돼 저를 맡기셨다고 하셨다고, 그래서 엄마는 감사하고 힘이 났다고 말씀하셨다. 아마 장애아동과 함께하는 부모님 마음은 모두 똑같지 않을까 한다. 그 아이의 부모로서 당신이 제일이라고 믿는다.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양한 작품을 만들 거고, 더 많은 도전을 할 것이다. 굿피플과 같은 국내외 NGO 단체들과도 꾸준히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래서 더 많은 분이 더 많은 관심을 표해주시고 조금 더 행복한 삶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라시는대로 순종했을 뿐인데…” 몽골 복음화 새 길이 열렸다 - 더미션
- [미션 톡!] 안 그래도 탈종교 심각한데… 이·팔 전쟁, 종교혐오 부채질 - 더미션
- 베들레헴에도 로켓포… 기류 달라진 세계 교회 “하마스 규탄” - 더미션
- 게일 선교사 “갓에 딱 맞는 말은 하나님”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
- “엄마, 설은 혼자 쇠세요”… 해외여행 100만명 우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