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전역 누비며 구제·전도… ‘기독인=좋은 이웃’ 호감도 상승
<2부 당신이 희망 전도사> 몽골 밝은미래교회
지역 행정복지센터와 협업해 관내 소외이웃 인원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1년에 2~3차례 식료품을 제공한다. 기독 실업인을 강사로 세우고 창업을 꿈꾸는 청년과 소외이웃을 위한 강좌를 무료 개설한다. 가족 부양과 자녀 교육을 오롯이 책임지는 여성 농업인을 격려하는 행사도 매년 마련한다.
한국교회나 주요 비정부기구의 지역사회 구제 활동 이야기가 아니다. 몽골의 한 교회가 매해 실천하는 대사회 사역 일부다. 이들 사역을 이끄는 이는 알탄소욤보 사와르자(48) 밝은미래(현지어 게렐트이레두이)교회 목사다. 몽골 현지인 목회자 1세대로 1990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외국인 선교사에게 복음을 듣고 신앙생활을 이어온 몽골 사회 ‘초기 기독교인’이다. 93년 그와 함께 세례를 받은 출룬바타르 게른차츠랄(48) 사모와 몽골 전역을 누비며 구제와 복음 전파에 앞장서는 그를 지난달 19일 울란바토르의 교회에서 만났다. 교회는 시내 빌딩 숲과 게르(몽골 전통 가옥)촌을 가르는 경계선 위에 있었다.
“이름 부르기 어렵지요. 편하게 ‘서욤보 목사’, ‘차차 사모’라고 부르세요.” 한국어에 능숙한 게른차츠랄 사모의 말이다. 현지 대학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익힌 그는 국내 목회자의 신앙 서적을 여럿 번역한 ‘한국어 능력자’다. 사와르자 목사 역시 한국과 인연이 깊다. 아신대(ACTS)에서 2005년부터 3년여간 유학해 목회학 석사(M.Div.) 학위를 받았다. 그의 한국행엔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의 지원도 한몫했다. 사와르자 목사는 “ACTS에서 장학금을 받았지만 생활비와 거주지는 따로 마련해야 해 걱정이었는데 서울광염교회 제안으로 재한 몽골인 부서를 맡으면서 문제가 해결됐다”며 “일면식도 없던 우리 가족에게 베푼 교회의 배려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가 97년 22세의 나이로 담임 목회를 맡았을 당시 교회 성도 수는 20여명이었다. 교인 대부분은 대학생이거나 고령의 어르신이었다. 게른차츠랄 사모는 “90년대 몽골 사회에선 ‘두뇌가 없거나 가난한 사람만 교회에 간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30년이 지난 지금은 사업가 교수 국회의원 등도 교회를 찾는다. 기독교인에 대한 인식도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변했다”고 했다.
몽골 사회의 기독교인 이미지를 바꾼 데는 몽골 교회의 구제 사역 공이 컸다. 알코올 중독자와 노숙자, 소외 계층을 돕는 교회가 많아지자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졌다. 최근 몽골의 한 신문에서는 ‘가난한 이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이들은 다름 아닌 기독교인’이란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게른차츠랄 사모는 “몽골 기독교인은 인구의 2% 정도다. 교회와는 거리가 먼 이들이 대다수지만 기독교인이 ‘좋은 이웃’이라는 걸 인정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아 희망차다”고 했다. 또 “교회 밖에서 만난 이들에게 전도하다 ‘교회에서 좋은 일 많이 한다’는 덕담을 듣는 경우도 늘었다”고 전했다.
26년간 목회로 고군분투한 이들 부부에게도 믿음의 시련은 있었다. 한국살이 5개월 만에 딸 세흐나가 중도 실명한 일이다. 특히 게른차츠랄 사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하나님을 원망할 정도로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며 “우리뿐 아니라 한국에서 참 많은 이들이 딸을 위해 힘쓰고 기도해줬기에 평안과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현재 세흐나는 몽골국립대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다. 몽골 장애인의 인식 및 처우 개선을 위해 미국 유학과 국회의원을 꿈꾸는 등 진로 계획이 선명한 당찬 청년으로 성장했다.
교회는 서울광염교회·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과 협력해 몽골의 소외이웃을 돕는 ‘생명의 쌀’ 지원과 지역 교회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교회가 이들 단체와 몽골 전역에 세운 예배당은 밝은미래교회를 포함해 현재 19곳이다. 사와르자 목사는 “한국교회 선교사의 노력과 눈물로 교회 병원 학교 등이 몽골 곳곳에 세워졌다”며 “30여년간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친 한국교회와 선교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국 등 해외 선교사의 지원으로 시작한 밝은미래교회는 현재 6개국에 선교사를 파송한 ‘보내는 교회’로 성장했다. 타 교회와 협력해 파송한 선교사를 포함하면 12개국에 달한다. 이를 위해 사와르자 목사는 2012년 ‘몽골리안 미션 파트너십’(MMP)이란 연합단체를 세웠다. 인도 중국 아프가니스탄 등에 파송한 몽골 선교사를 몽골 교회가 다 같이 지원하자는 취지다. 몽골 선교사 동원 및 양성을 위해 한국교회의 ‘선교한국’ 행사를 본뜬 ‘미션 몽골리아’ 행사도 해마다 연다.
이밖에도 그는 미전도 지역 복음화와 이단·사이비 단체 분별 등을 위한 몽골 목회자 모임인 ‘몽골리안 에반젤리컬 얼라이언스’(MEA), 몽골 목회자 재교육을 위한 ‘몽골 목회자 협의회’(MPA)를 세워 건강한 목회 생태계 형성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사와르자 목사는 “성도 수가 늘고 대형교회를 일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규모가 작더라도 세계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유목민족 아닌가. 어떤 환경이든 빨리 적응하는 특별한 은사가 있다”며 “한국인이 가기 힘든 북한이나 아프가니스탄도 몽골인은 갈 수 있다. 이런 강점들로 세계 여러 나라를 섬기는 몽골 교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몽골)=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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