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이민청 설립, 좌고우면할 여유 없다
요즈음 많은 사람으로부터 유사한 질문을 듣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문제 해결은 이제 이민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60대마저 청년인 농촌지역, 일할 사람이 없어 문 닫기 직전까지 간 제조업·건설업 등 소위 기피 산업 업종으로부터 이 질문을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최근에 이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영역과 배경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해졌다. 이제는 지역만이 아니라 도시, 심지어 서울에서도 이민을 인구문제의 대안으로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금융, 유통, 운송 및 서비스업, 교육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이민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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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면할 수 없게 된 노동인력 부족
산업·시장의 미래 변화 대비 필요
종합적 관점서 부처 간 조율 위해
이민 정책 설계 컨트롤타워 시급
」
이렇게 이민의 필요성이 회자한다는 것은 그만큼 인구변동의 영향을 다수가 체감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제조업과 농촌을 넘어 다양한 산업군과 서울에서도 이민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큰 변화임엔 틀림없다. 과거에는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관점에서 외국인력 필요성이 제기되었다면, 이제는 내수 시장 곳곳에서도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인구가 줄어들어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과 앞으로 발생할 문제들이 이민 유입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이렇게 질문을 한다는 것은 보통 ‘그렇지 않다’는 답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나는 이민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해 왔던 터라, 만일 이 질문을 몇 년 전에 받았다면 ‘인구는 그저 숫자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학령인구 감소로 많은 대학은 물론 대학원마저 외국 학생 없이는 운영이 어려워진 고등교육계의 변화를 체감해서일까, 합계출산율이 더욱 위태로워져서일까, 이제는 나도 ‘그렇지 않다’는 답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이민이 인구문제 해결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견해는 여전하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서 발생한 문제들의 해소에 이민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이민정책의 방향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시급한 일은 이민과 관련된 컨트롤타워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컨트롤타워는 당장 외국인 근로자를 받기 위함이 아니다. 인구변동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를 살피는 것은 물론, 기술 진보로 인한 산업 섹터별 변화의 수준과 속도를 보며 실질적으로 얼마나 외국인이 필요한지도 예측해야 한다. 컨트롤타워는 이민과 관련된 여러 부처의 의견과 이해관계를 아우르는 역할도 해야 한다. 현재 이민과 관련된 일은 법무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계절근로자를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부처와 기관이 매우 많다. 그런데 여러 부처가 연관된 대부분 사안이 그러하듯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각 부처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제대로 작동할 리 없고, 시간이 지나 조정이 필요할 때가 되면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시간이 또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컨트롤타워의 구축이 가장 시급한 것이다.
다행히 법무부는 작년 초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을 설치하고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는 이민청 설립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민을 오려면 국경을 넘어야 하는데,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일과 관련된 제반 사항이 법무부 소관이므로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해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법무부의 출입국 관리는 ‘관리’라는 말 그대로 입국 자격을 심사하는 일이 주된 업무다. 그런데 앞서 나열한 컨트롤타워 역할과 이민정책의 방향 설계는 심사의 업무를 뛰어넘어야 비로소 실현이 가능하다.
예로 제조업을 보자. 저출산으로 인한 청년 인구 감소와 제조업 기피로 향후 12년 정도 지나면 수많은 제조 공장은 고용할 청년 내국인 인력이 없어져 외국인 근로자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때까지 제조업은 제조 공정의 여러 단계들을 지금 수준에만 머물러 있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얼마 전 디지털제조혁신기업을 2027년까지 2.5만개 육성한다고 발표하였다. 계획이 실현되면 제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 상황은 오늘과 비교해서 달라진다. 이민청은 미래의 산업환경 변화까지 고려해서 이민정책 방향을 설계해야 한다. 이민청을 준비할 때 법무부가 꼭 감안해 주기를 희망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단 컨트롤타워로서 이민청은 하루빨리 설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좌고우면하는 사이에 실타래가 더 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일단 이민청이 설립되면 당장 이민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관련 부처 및 단체들과 협조하여 우리나라의 미래 관점에서 외국인이 언제 얼마만큼 어느 나라에서 들어와야 하는지 계획부터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는 이제 시행착오를 용인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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