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더 성큼 다가온 ‘뉴 스페이스 시대’
아제르바이젠 수도 바쿠에서 이달 초 열린 제74회 국제우주대회에 다녀온 전문가는 이구동성으로 새로운 우주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사실 우주 개발과 우주 탐사는 오랫동안 몇몇 우주 강대국 정부기관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재사용 로켓 기술 등으로 발사 비용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우주 접근성이 좋아졌다. 이제는 소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인공위성을 운용할 수 있는 시대다. 한국에서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같은 정부출연기관, 우주·방산 분야 KAI뿐만 아니라 여러 신흥 벤처기업도 우주대회에 참가해 특색 있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국제 공동으로 우주 개발 기회를 모색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도 ‘뉴 스페이스 시대’가 조금씩 열리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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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 벤처기업들 경쟁 가속
우리 목표는 시장점유율 10%
‘우주항공청’ 신설도 속도내야
」
한국은 선진국보다 40여년 늦게 우주 개발에 뛰어들었다. 정부의 우주 분야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2021년 기준 7300억원 정도다. 미국의 1.5%가 되지 않는 적은 수준이지만, 정부가 효과적으로 우주 프로그램을 기획·주도해왔다. 관련 분야 연구자들의 헌신적 노력이 더해져 비교적 짧은 기간에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했다.
지난 5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한국의 우주 기술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발사체에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서 개발한 차세대 소형 위성 2호(‘차소 2호’)가 탑재됐다. 누리호의 도움으로 순탄하게 궤도에 진입한 차소 2호는 현재까지 지구를 2000여 바퀴 돌면서 국내 최초로 개발된 위성용 영상레이더 장비를 활용해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지구 표면을 성공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고도 500㎞ 정도의 저궤도 위성과 3만6000㎞의 정지궤도 위성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궤도선 다누리호를 달에 보내 운용하고 있다. 우주 탐사 영역을 지구로부터 38만5000㎞ 떨어진 달까지 넓히며 세계 일곱 번째 달 탐사국 반열에 올랐으니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주 선진국들의 우주 패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도 ‘우주항공청’의 조속한 개청을 비롯해 내실 있는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회장은 국제우주대회에 화상으로 참가해 차세대 발사체 스타십 계획과 화성 개척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10년 후에는 국제우주대회를 화성에서 하자”고 호기롭게 제안해 주목받았다.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2030년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730여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을 1%로 매우 낮게 예측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우주기술을 압축 성장시키면서 우주 강소기업 육성 등 민간의 역량 증대보다 당장 국가 안보 소요 등을 충족하기 위해 정부출연연구소 중심의 체계 완성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정부는 2045년까지 우주산업 점유율을 1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우주산업 강국 도약 및 민간 우주시대 개막을 열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체제 구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우주 분야 핵심 인재들과 인프라가 집적된 대전, 우주로 가는 관문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그리고 항공우주 분야 체계 종합 기업이 있는 경남 등 3개 지역에 적절한 역할을 부여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확인된다.
주된 사업 내용으로 민간 발사 서비스 지원을 위한 민간 발사장 구축, 급증하는 소형 위성 개발 소요 대응을 위한 우주환경 시험 시설 확충, 연구 현장 연계형 우주 인재 양성 및 연구 개발을 담고 있다. 지난 8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로 추진되기로 하면서 사업 진행에 탄력을 받고 있다.
우주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투자 회수 기간이 매우 길고 단기적인 효과가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예타를 통한 검토에서는 다른 분야 투자보다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예타 면제 추진이라는 시의적절한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진행 중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적정성 검토에서 여러 전문가의 건설적 의견을 담아 우주 클러스터 사업이 우주 강국으로 가는 디딤돌을 잘 준비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재흥 KAIST 교수·인공위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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