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원장 안 뽑히면 ‘진보’ 김선수가 내년 인사 맡는다
35년 만의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22일째인 16일, 대법원은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를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 만약 현 상황이 내년 2월까지 이어질 경우 내년 1월 1일 임기가 끝나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으로부터 대행직을 넘겨받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 김선수 대법관이 인사를 주관하게 된다.
안 권한대행 체제에서 두 번째 열린 이날 대법관 회의는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권한은 잠정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현상 유지가 원칙이므로 통상적인 업무에 속하는 사항은 그 권한을 행사하되, 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유보하거나 자제하는 방향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과 함께 이런 방침을 정했다. 법관 인사를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법관 인사는 대행할 수 있는 ‘현상 유지’ 업무로 결론을 낸 것이다.
법조계에서 중도 성향으로 평가하는 안 권한대행과 달리, 김 대법관은 진보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평가된다. 판사 출신인 한 법조인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가장 비판받는 것 중 하나가 진보 성향 판사들을 대놓고 요직에 배치한 것이지 않나”라며 “김선수 대법관이 인사 업무를 대행하게 되면 같은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일단 법관 정기인사를 위한 지망, 추천 등 사전 절차는 안 권한대행 체제에서 밟게 된다”며 “만약 연말까지도 차기 대법원장이 임명되지 않을 경우 내년 2월 정기인사에서 권한대행이 과연 법원장 인사까지 대행할지에 대해선 재고의 여지가 남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회의에서는 권한대행이 대법원장의 재판장 권한을 대행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전원합의체가 심리할 사건의 선정과 선고 여부 등은 권한대행이 사건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대법관들은 대법원장의 직무인 대법관 후임 임명 제청을 위한 천거 등 사전 절차는 권한대행이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법원행정처는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임명 제청권을 위한 사전 절차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2024년 1월 1일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들의 후임 대법관 인선 절차는 부득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퇴임한 조재연·박정화 전 대법관 후임 선정 절차는 퇴임 100여 일 전인 4월 초에 시작됐다. 그러나 안 권한대행, 민유숙 대법관의 경우에는 퇴임까지 석 달도 남지 않았지만, 대법원장 공석 사태로 아무 절차도 시작하지 못했다.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대법관 14명 중 11명만 남는다. 이 경우에는 대법원 재판 파행도 불가피하다. 대법원 재판은 대법관 4명씩으로 구성된 3개의 소부(小部)에서 대부분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균용, 서울고법 연구법관으로 발령=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대법원장 후보로 조희대(사법연수원 13기) 전 대법관, 이종석(15기) 헌법재판관, 이광만(16기)·홍승면(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오석준(19기) 대법관 등을 추천했다. 낙마한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는 17일자로 서울고등법원으로 전보발령돼, 연말까지 연구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윤지원·이병준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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