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늦둥이, 학교에서 행복하대요”… 작은 학교의 ‘발견’

김재환,김용현 2023. 10. 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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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여러 작은 학교들이 '경제 논리'와 싸우고 있다.

소수 학생들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학교를 유지하기보다 통폐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과 맞서는 중이다.

윤예란 백수서초 교사는 "작은 학교는 큰 학교에서 부적응 문제를 겪거나 가정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게 정서적 지원이 가능하다"며 "학생이 있는 한 학교는 사라져선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곳이 가장 필요한 곳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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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도 ‘벚꽃엔딩’] 해남 화산중·영광 백수서초 르포
14명 교직원 밀착형 생활지도 가능
골프·승마 등 맞춤형 체험학습도
전남 해남군 화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4월 19일 화산면 주민자치회와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며 파란 봉투에 쓰레기를 줍고 있다. 오른쪽은 화산중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새해를 앞두고 마을 어르신들께 큰절을 올리는 모습. 화산중학교 제공


전국의 여러 작은 학교들이 ‘경제 논리’와 싸우고 있다. 소수 학생들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학교를 유지하기보다 통폐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과 맞서는 중이다. 학교를 존속시키고 싶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지역 주민은 규모가 작더라도 학교 현장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교육적 가치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교육적 가치란 무엇일까. 학생보다 교직원이 많은 작은 학교, 전남 해남군 화산중학교를 최근 찾았다.

점심시간을 맞은 교장실은 1학년 학생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김미숙 교장을 찾아가 그날 배운 수업 내용, 친구들과 한 얘기 등 일상을 나눈다고 했다. 교장실이 사랑방인 셈이다. 한 학생이 유독 말수가 적은 모습을 보이자 김 교장은 이를 지나치지 않고 담임교사에게 알렸다. 화산중 교장실 한쪽 벽엔 전교생 11명의 프로필이 붙어 있었다. 김 교장을 포함한 14명의 교직원이 항상 모든 학생의 건강, 학업성취도, 가정환경 등을 챙길 수 있도록 게시해놨다.


작은 학교에선 교사의 밀착형 생활지도가 가능해 보였다. 큰 학교였다면 발견부터 처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학교폭력 역시 작은 학교에선 조기에 문제를 찾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학생부장인 이모 교사는 “학생 수가 적어 담임교사가 아이들의 행동 및 심리 변화를 놓쳐도 다른 교사가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덕 수업이 한창이던 1학년 교실에선 교사가 아닌 학생들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졌다. 모든 학생이 배운 내용을 토대로 능숙하게 프레젠테이션(PT)을 했다. 가족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이를 지켜본 교사는 개별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해 맞춤형 지도를 제공했다.

교무부장 최모 교사는 “큰 학교에선 시간에 쫓겨 진도 나가기 바쁜데, 이곳에선 수업 이해도 등을 파악해 모든 학생이 이해할 때까지 설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초 화산중으로 전학한 김모(14)양의 아버지 김회수(60)씨는 “요즘 (아이가) 학교 얘기를 하며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전 학교에선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런 작은 학교에선 학생 맞춤형 체험학습이 가능하다. 전교생이 10명인 전남 영광군 백수서초등학교는 교내에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큰 학교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골프와 승마 등의 체험도 가능했다. 학생들이 진로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 적성을 찾아주기도 한다. 김선미 백수서초 교장은 “큰 학교에선 어려운 생존수영법도 가르치고 승마 등의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수서초의 경우 1, 2학년 학생이 한 명도 없어 올해 통폐합 대상 학교로 이름을 올렸지만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 위기에서 벗어났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고령 인구로 가득한 인근 마을 주민들도 백수서초의 신입생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

윤예란 백수서초 교사는 “작은 학교는 큰 학교에서 부적응 문제를 겪거나 가정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게 정서적 지원이 가능하다”며 “학생이 있는 한 학교는 사라져선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곳이 가장 필요한 곳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남=김재환 기자, 영광=김용현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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