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선 우파 여당 무너졌다
15일(현지시간) 치러진 폴란드 총선(하원 선거)에서 출구 조사 결과 집권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가 이끄는 야당 연합이 8년 만의 정권 교체를 눈앞에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발표한 출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족주의 우파 성향의 여당인 ‘법과 정의당’은 득표율 36.8%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460석의 하원 의석 가운데 200석에 해당한다.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231석)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생 극우 정당인 ‘자유독립연맹당’(출구 조사 득표율 6.3%, 12석 예상)과 연합해도 과반이 안 된다.
반면 야당은 ‘시민플랫폼’ 31.6%, ‘제3의길’ 13%, ‘신좌파당’ 8.6%의 출구 조사 득표율을 기록해 248석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은 “연합정부를 구성해 법과 정의당을 몰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친(親) 유럽연합(EU) 성향인 야당 연합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런 출구 조사 결과에 시민플랫폼을 이끄는 투스크 전 총리는 “오늘만큼 기쁜 2등이 없었다”며 “오늘은 나쁜 시대가 끝나는 날로, 폴란드가 이겼고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2007~2014년 총리를 지낸 투스크 전 총리는 퇴임 후인 2014~2019년엔 EU 이사회 상임의장을 지냈다. 이런 전력으로 볼 때 그가 재집권하면 폴란드의 대외정책이 EU에 좀 더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야당 연합이 정부 구성에 성공하면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쟁 초반부터 우크라이나에 전차 등 주요 무기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폴란드는 최근 곡물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빚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폴란드 여당이 지난 8년간 과도하게 우클릭한 데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있다. 법과 정의당은 2021년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성 소수자에 반대하는 정책을 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유권자들 사이에선 폴란드가 점점 EU와 멀어지고 (극우주의 정당이 집권한) 헝가리 등과 가까워지는 걸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1989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72.9%)을 기록했다. 최종 선거 결과는 17일쯤 나올 전망이다. 관례에 따라 두다 대통령이 최다 득표 당인 현 여당에 먼저 정부 구성을 제안한다. 1당이 과반 연합 구성에 실패하면 차순위인 야당 연합에 정부 구성을 제안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새 정부는 오는 12월에야 들어설 전망이다.
변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출구 조사 결과는 친서방 정당이 우세했지만, 실제 결과는 반대였다”며 “폴란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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