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포수 놓치고 '우왕좌왕' KIA…김태군 계약 서두른 이유 분명했다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던 KIA 타이거즈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포수 김태군과의 비FA 다년계약으로 가장 급한 과제를 해결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무산 뒤 아쉬워할 팬들이 반길 소식이다.
KIA 구단은 16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김태군과 다년계약 협상을 갖고 계약기간 3년, 총 25억원(연봉 20억원·옵션 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KIA 구단 역사상 처음이자 포수 포지션 첫 비FA 다년계약이 성사됐다. 한유섬(SSG 랜더스),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오지환(LG 트윈스), 이원석(키움 히어로즈)에 이어 역대 KBO리그 5번째 야수 비FA 다년계약이기도 하다.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되긴 했지만, 시즌이 다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도장을 찍었다는 건 그만큼 양 측 모두 비FA 다년계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상황이 더 급한 쪽은 KIA였다.
1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KIA는 지난 시즌 초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동원이 FA(자유계약) 시장에 나온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 박동원은 이적 이후 KIA 소속으로 112경기 352타수 86안타 타율 0.244 17홈런 53타점 OPS 0.773 도루저지율 0.361로 나름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끝내 KIA 구단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다른 구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결국 박동원의 행선지는 LG였다. 최종적으로 박동원은 잔류가 아닌 이적을 택했다. 양 측은 4년 총액 65억원(계약금 20억원·4년 연봉 총액 45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했다. KIA가 박동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셈이 됐다.
KIA도 그냥 지켜본 것만은 아니었다. 박동원의 계약이 발표되기 열흘 전, KIA는 2024 KBO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내주는 대신 그 대가로 포수 주효상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 KIA 구단은 "볼 배합과 경기 운영 능력에 강점을 가진 주효상의 영입으로 포수 선수층이 두꺼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주효상을 트레이드로 품은 것을 제외하면 박동원의 공백을 확실하게 메울 만한 움직임이 없었고, KIA는 기존 포수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했다. 사실상 박동원 트레이드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승택-주효상 2인 포수 체제로 시즌 개막전을 맞이한 KIA는 5월, 6월을 거치면서 안방 고민을 드러냈다. 이대로 간다면 중위권 경쟁은 물론이고 하위권으로 처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흐름을 바꿀 만한 카드가 필요했고, 그렇게 부름을 받은 선수가 김태군이었다.
2008년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태군은 수비력이 뛰어난 포수로 평가를 받는다. 그는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갔고,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지난 7월에는 내야수 류지혁과의 1:1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게 됐다.
타격 면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다면 구단으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었지만, 일단 김태군에게 바란 건 안정감 있는 수비였다. 트레이드 당시 KIA 구단은 "김태군 영입으로 그 동안 취약 포지션으로 지적됐던 포수 파트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1군 경험이 풍부한 만큼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팀 적응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빠르게 KIA에 녹아들었고, 투수들과 사령탑도 김태군의 존재감을 체감했다. 김종국 KIA 감독은 "투수들이 경험이 많은 김태군을 믿고 훨씬 더 좋은 투구를 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원래대로라면 김태군은 올 시즌 종료 이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었지만, 2022시즌 종료 이후 FA 시장에서 박동원(LG)을 잡지 못한 KIA는 내부 FA 유출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이적 이후의 성적은 63경기(16일 NC전 미포함) 178타수 46안타 타율 0.258 22타점 OPS 0.570으로, 김태군 덕분에 한승택과 한준수를 비롯한 팀 내 포수들이 부담을 덜었다.
특히 올 시즌 KIA는 '2018년 1차 지명' 한준수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했으나 현실적으로 한준수에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계약 기간 '3년' 동안 KIA도 분명 성과를 내야 한다.
비FA 다년 계약을 맺은 김태군도 책임감을 느낀다. 그는 "저를 필요로 해준 KIA 타이거즈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시즌 중간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큰 응원을 보내주신 KIA 팬 여러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고참 선수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면서 동료 선수들과 힘을 합쳐 KIA에 큰 보탬이 되겠다.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만큼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IA 타이거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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