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갖고 싶어" 신생아 5명 매수한 뒤 유기하고 학대한 40대 부부

미혼모에게 접근…"대신 키워주겠다"
원하는 성별·사주 아니라며 유기도

딸을 낳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자 신생아 5명을 인터넷을 통해 매수한 40대 부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16일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박은혜)는 돈을 주고 신생아 5명을 사들인 A씨(47·여)와 B씨(45) 부부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매매)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친모들에게 100만~1000만원의 대가를 지급하고 이들이 낳은 아이 5명을 데려온 뒤 학대하거나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기간 동안 최소 2명의 미혼모에게 접근해 신생아를 데려오려고 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이미지출처=픽사베이]

재혼 부부인 이들은 딸을 낳고 싶어했지만, 임신이 안 되고 경제적인 이유로 정식 입양도 어려워지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온라인커뮤니티,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낙태나 입양을 고민하는 미혼모 임신부 등에게 접근해 '아이를 낳게 되면 우리에게 달라, 돈도 주고 대신 키워주겠다'고 회유했다.

이후 임신부가 A씨의 인적 사항으로 병원 진료를 받다가 출산하게 하는 방식으로 모두 신생아 5명을 인도받은 다음 자신들의 친자로 출생신고를 하거나, 출생신고 없이 키웠다. 또 이들은 미혼모가 출산 직전까지 아이의 성별을 모른다고 하자 '일단 데려오라"고 해 아이를 넘겨받은 뒤, 자신들이 원하는 성별, 사주를 가진 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베이비박스에 유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친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넘겨받은 아기를 출생신고한 것처럼 꾸민 가짜 가족관계증명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기 5명 중 일부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지난 7월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결과 일부 아동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행정기관의 수사 의뢰를 받아 조사에 착수해 이들의 아동 매매 정황을 밝혀냈다. 피해 아동 5명 중 4명은 복지기관을 통해 입양되거나 보육원에 입소했고, 1명은 학대피해아동센터로 분리돼 보호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A씨 부부가 이전 배우자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을 대상으로는 면접교섭권 불이행 등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에 대한 욕심에 생명을 물건처럼 매매하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아이를 판 미혼모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는 한편,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