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AI 앱이 심장 위험 신호 포착, 생명 살렸다

민태원 2023. 10. 1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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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인 갤럭시워치를 착용하고 심전도 원격 진단 앱 ‘하트세이프’를 작동시키는 모습.

심방세동·대동맥박리증 70대 여성
의료진 권유 따라 갤럭시워치 등 활용
심박수 비정상 확인, 병원이 정보 공유
일상 속 웨어러블 기기 이용 건강관리
가능성 보여 향후 상용화될지 관심

손목에 차는 스마트 기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한 70대 여성의 생명을 살렸다. 갤럭시워치와 국내 병원이 개발한 심전도 원격 진단 앱 ‘하트세이프’를 이용해 심장의 이상 신호를 조기에 발견해 아찔한 위험 상황을 모면토록 도운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원격 모니터링과 건강관리의 가능성을 보여준 실증 사례여서 향후 상용화에 관심이 쏠린다.

A씨(70)는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심박동이 빠르거나 불규칙함)과 대동맥박리증으로 심장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었는데, 지난 8월 어지럼증을 느껴 인천세종병원을 찾았다. 심전도 패치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에는 이상이 없었다. 심전도는 심장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기록하는 것으로, 심장질환이 의심될 때 측정한다. 기존에는 주로 병원을 방문해서 온 몸에 전극을 붙이고 10초간 심장 신호를 측정했다. 하지만 짧은 측정 시간 탓에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일부 부정맥 질환은 발견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런 맹점을 극복하고자 병원에 가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심전도를 잴 수 있는 소형 심전도 측정기가 개발됐고 최근에는 갤럭시워치 같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서도 가능해졌다.

A씨의 경우 어지럼증 증상은 분명 있는데, 심전도에서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 증명할 길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고령에 부정맥까지 있어 자칫 위험한 상황이 닥칠까 귀가가 겁났다. 그런 A씨에게 의료진은 수시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갤럭시워치와 모바일 앱의 사용을 권유했다. 심전도 판독 서비스 앱 ‘하트세이프’는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 측정한 심전도를 병원에 자동 전송하며 사용자에게는 AI 기술로 심전도를 분석한 결과를 알려준다. 앱 화면에 신호등으로 표시된다. 녹색은 정상, 노란색은 외래방문 필요, 빨간색은 응급상황을 뜻한다. 병원 전송된 데이터에 대한 전문 의료진의 판독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귀가한 A씨는 갤럭시워치를 착용, 매일 몸 상태를 체크했고 지난달 초 극심한 어지럼증이 다시 찾아왔다. 갤럭시워치의 측정값은 심박수 분당 40회, 서맥(느린 심장박동)이 의심됐다. 심박수는 분당 60~100회가 정상이다. 하트세이프 앱에 빨간색 경고등이 떴고, 즉각 세종병원 심전도 판독 센터에도 공유됐다. A씨는 전문의와 통화한 뒤 바로 응급실로 이송됐다. A씨는 심장기능 저하 시 심장에 자극을 주는 인공심박동기(페이스메이커)를 가슴에 삽입하는 수술을 긴급히 받고 무사히 병원 문을 나섰다. 그는 “분명히 증상이 있었는데, 병원에만 가면 증상이 싹 사라져 명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하루하루 불안했는데, 갤럭시워치와 하트세이프앱을 통해 일상에서 간편하게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고 결국 내 목숨까지 구해줬다”고 말했다.

권준명 인천세종병원 응급의학과장은 16일 “맥박이 분당 40회까지 떨어진 건 일반인에겐 굉장히 드물고 위험한 상황이며 인공심박동기를 넣지 않으면 심장이 멈춰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트세이프앱은 세종병원그룹과 여기서 분할(스핀오프)된 AI 기반 의료전문 스타트업 ㈜메디컬에이아이가 올초 공동 개발했으며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받았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은 “심장질환 치료는 골든타임이 생명”이라며 “하트세이프앱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스마트워치로 측정하는 심전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의료진이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AI 프로그램이라는 특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는 물론, 심장 수술 후 지속적인 환자 모니터링에도 두 기기의 조합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디컬에이아이는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 2023’에서 갤럭시워치를 활용해 심전도를 측정한 뒤 하트세이프 앱을 통해 판독 결과를 받아보는 과정을 시연해 큰 주목을 받았다.

메디컬에이아이 대표이기도 한 권준명 과장은 “기존 갤럭시워치도 자체 심전도 분석을 통해 앱 화면에 ‘심방세동, 정상, 노이즈(심장 이상 신호), 판독 불가’의 4가지로 표시해 줬으나 정확도와 세밀함이 떨어졌다”며 “하트세이프앱은 전문의 판독 결과까지 들어간 판독문 30가지가 제공되고 12가지의 세세한 부정맥질환 여부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병원은 지난 4월부터 100명의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이를 시범 적용중이며 이번 응급상황을 성공적으로 대처하며 성과를 입증했다. 병원 측은 “아직 국내 원격 의료(모니터링 포함)의 제도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진 환자 중심의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최적화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쯤 협력 병·의원 환자들에게 확대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권 과장은 “심장 응급 상황 감지와 신속 대처에 용이해 섬이나 산간, 군부대 등 의료 취약지나 재외국민 대상 원격 진료나 모니터링에 활용될 수 있으며 앞으로 부정맥 외에 심근경색, 심부전 등도 스마트워치와 앱을 통해 원격 진단하는 일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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