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수억 명 극장 몰려갔다…中 불황 속 난리난 이 영화

김홍범 2023. 10. 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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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국 시안의 한 영화관에 애국주의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다. 신화=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등 경기가 위축된 중국에서 극장가는 오히려 활황을 보이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CNN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덩타(燈塔), 마오얀(猫眼)의 자료에선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 영화관 수입이 사상 최대 규모인 총 234억 4000만 위안(약 4조3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관 방문 인원은 같은 기간 5억 7000만명으로 집계됐다.

극장은 주로 무더위가 찾아오는 6~8월이 전통적인 성수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부른 기저에 중국의 경제난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6~8월 중국 영화관들의 입장권 판매 금액은 이전 최고치인 지난 2019년 178억 위안(3조3000억원)보다 높은 206억 위안(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미국-중국연구소의 스탠리 로젠 교수는 “(중국에서는) 주택이나 자동차와 같은 소비가 많이 감소했다”며 “그러나 영화 보러 갈 여유가 있고, 이는 일부 우울감을 해소해준다”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가 출연하는 영화의 흥행 수익은 엄청났다고 설명했다.

북경대 예술학원 교수인 쑤광 첸도 “경제적 어려움에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CNN은 영화관을 찾은 관객 중 다수가 젊은 여성이었으며, 중국의 불균형한 성비를 고려했을 때 이는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덩타에 따르면 관객 수 상위 5대 영화에서 관객의 절반가량이 20~29세 젊은 층이었으며, 이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61%였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남녀 성비는 104.7대 100이다.

이에 대해 올여름 중국 박스오피스 흥행을 주도한 영화 중 하나는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 ‘로스트 인 더 스타스'였다고 CNN은 전했다. 이 영화의 경우 여성 관객 비율이 67%에 달했다. 미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의 캐빈 트랜은 “중국의 남성은 여성보다 수가 많지만, 여성의 소비력 향상은 그들을 위한 콘텐트의 등장을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CNN은 올해 미국 영화가 세계 2대 시장인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차지한 비중은 약 14%에 불과하다며, 할리우드의 중국 점유율은 검열 강화, 양국 관계 악화, 민족주의 정서 고조, 중국 영화와의 경쟁으로 인해 최근 수년간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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