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700만 대, 연구개발 24%…中 자율주행 시장서 초고속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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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미래 모빌리티 패권국’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물량 공세나 가성비가 아니라 기술력을 앞세운다. 전 세계가 경계령을 내렸을 만큼 위기감이 감돈다. 자율주행과 배터리, 수소차 등 핵심 분야에 걸쳐 중국 자동차의 진짜 경쟁력을 살펴본다. 〈편집자〉
」
이달 초 국경절 연휴 베이징 도심에서 30분 거리인 이좡(亦庄)경제개발구 링컨공원. 스마트폰 앱으로 바이두의 로봇택시인 ‘뤄보콰이파오(蘿蔔快跑)’를 호출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차 지붕에 카메라를 장착한 흰색 자율주행 차량이 도착했다.
차량엔 안전요원이 타고 있었지만, 그는 목적지인 이좡 중심가까지 3.2㎞가량을 이동하는 동안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직선거리에서는 최고 시속 70㎞로 질주했다. 7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하니 스마트폰을 통해 요금 6.4위안(약 1200원)이 자동 결제됐다. 이날 로보택시 정류장에서 만난 장(張)모씨는 “많은 이좡 주민이 출퇴근 때 로보택시를 이용한다”며 “처음엔 호기심으로 탔다가 4위안(약 720원) 정도 하는 저렴한 요금과 빠른 배차 덕분에 단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두, 中 도시서 자율주행 하루 5000회
16일 바이두는 뤄보콰이바오가 2021년 11월 운행을 시작해 330만 회를 운행했으며, 앱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9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5000회가량 자율주행으로 손님을 모신 셈이다. 현재 중국 10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가 상업 운행 중이며, 우한·충칭·선전·베이징에선 지난달 안전요원 없는 ‘완전무인’ 시범 서비스가 도입됐다. 베이징시(市)는 이에 대해 “수도에서 이 같은 정책은 세계 최초”라고 자평했다.
2030년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2조3000억 달러(약 3105조원, 스태티스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전 세계의 시선이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달 “2025년까지 자율주행 기능 표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대해 “중국이 미래 모빌리티에서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자율주행에 전략의 초점을 맞췄다”(로이터통신) “중국은 이미 전기차 시장을 장악했으며 자율주행에서도 앞서나갈 것”(BBC)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자화자찬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바이두는 올해 세계 자율주행 업체 기술력 평가에서 3위에 올랐다. 지난해 4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그래픽 참조〉 현대차그룹과 미국 앱티브가 합작한 모셔널(5위)보다 높은 순위다. 지난 2017년만 해도 세계 무대에서 ‘듣보 회사’였던 바이두는 2018년 14위, 2019년 8위로 올라섰다. 15위권 안에 오른 중국 업체는 지난해 2곳에서 4곳(바이두·위라이드·오토엑스·포니AI) 으로 늘어났다.
정부·기업·소비자 3박자 ‘딱딱’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지난 2015년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내놓으면서 자율주행 세계 1위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후 4년(2016~2019년) 동안 중국 정부가 지원한 국부펀드 규모만 2000억 달러(약 270조원)가 넘는다.
민간 기업도 적극적이다. 차이나데일리는 “지난달 중국 최대 통신 업체 화웨이가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전기차를 내놨다”며 인공지능(AI) 업체부터 통신 기업까지 각 분야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소개했다. 투자비용도 어마어마하다. 바이두는 2021년 221억 위안(약 4조원), 작년에는 233억 위안(약 4조3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입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24%로 구글보다 6%포인트 높았다.
내수 소비자들의 관심도 자연히 높아졌다. 지난해 중국에서 자율주행 시스템(레벨 1·2)이 탑재된 차량의 판매량은 700만 대에 이른다. 전년 대비 45.6% 증가했다. 시장 침투율(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비중)도 34.9%로 전년보다 11.4%포인트 늘어났다.
비결은 차량-도로 잇는 ‘차로협동’ 전략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일취월장한 비결에 대해 업계에서는 ‘차로협동(車路協同) 전략’을 꼽는다.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차량 중심’과 ‘차량-인프라 융합’으로 나뉘는데, 현재 완성차 업계가 집중하는 건 ‘차량 중심’ 기술이다. 카메라·라이다(빛으로 주변 탐지)·레이더(전파로 탐지) 등을 이용해 차량 스스로 주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난제는 도로 상황이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비해 ‘차량-인프라 융합’은 초고속 통신망을 활용해 차량이 도로 인프라에서 주행 정보를 받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도로·통행 정보를 받을 수 있으니 비교적 자율주행이 쉬워진다. 다만 공공 인프라·데이터를 쓰는 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법규 마련도 어려워 대부분의 나라에서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
중국은 2017년부터 ‘인프라 융합’에 초점을 맞춰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20년 후난성에 차량간(V2V), 차량-도로간(V2I) 통신을 원활하게 하는 ‘5세대(5G) 자율주행 스마트 고속도로’ 개통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만5000㎞ 이상의 시범도로를 깔았다. 지난 6월에는 ‘차-도로-클라우드 일체화’ 정책에 더욱 집중해 레벨3 이상 자율주행 차량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유럽도 지능형 교통 시스템 구축
미국과 유럽도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도로 인프라와 자율주행 차량 협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고, 유럽 국가들은 지난 2016년 관련 협의체를 만든 이후 현재 50개 이상 도시에서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서비스를 하고 있다. C-ITS는 노변 기지국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해 V2V, V2I 기반 정보 공유를 돕는 시스템으로 중국의 ‘차로협동’과 유사한 개념이다.
한편으론 중국의 자율주행차가 보안 등의 문제로 ‘위험하다’며 견제구도 날린다. 피터 부티지지 미 교통부 장관은 최근 “중국 자율주행차가 (미국에) 들어오면 민감한 정보가 중국 정부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과감하게 미래 자동차에 베팅해 단기간에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등장한 것”이라며 “다만 자율주행 부문에선 첩보 수집용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도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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