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老부부 열 중 셋은 맞벌이…"은퇴해도 일 못 놓아요"
경기 성남에 사는 김모(64)씨는 50대에 은퇴를 했지만 최근 지인의 회사에 재취업했다. 김씨는 50만원 남짓한 연금을 받고 있고 아내도 가정방문 학습지 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생활비가 빠듯해서다. 회사에서 잡무를 하며 한 달에 200만원 정도 벌고 있다는 김씨는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데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바짝 벌어야지 않겠냐”고 말했다.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하며 인생 2막을 보내는 것도 이젠 옛일이 됐다. 고령층 취업자 수가 매년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60세 이상 부부 10쌍 중 3쌍이 맞벌이 부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부부 맞벌이↑…‘워킹 시니어’ 200만명 돌파 눈앞
고희(古稀ㆍ70세)를 넘은 나이에 직장을 다니는 워킹 시니어(Working Senior)도 역대 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난달 7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98만명으로 2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18년 1월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다.
고령층이 다시 취업 전선으로 뛰어드는 원인으로는 가장 먼저 ‘생활비 마련’이 꼽힌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령층 고용률 상승 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자녀로부터 지원받는 용돈 등 사적 이전의 감소와 ▶공적연금·자산소득 대비 생활비의 급격한 증가가 60세 이상 고령자 취업이 증가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즉 먹고 살기 위해 취업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50대 이상 중·고령자의 적정 생활비는 부부합산 월 277만원이다. 월평균 연금 수령액(103만5205원)을 부부가 모두 받는다 해도 약 70만원이 부족하다. 이마저도 국민연금을 20년 이상 납입한 뒤 퇴직한 가입자들의 평균으로 대다수는 이보다 훨씬 적은 액수를 받는 상황이다. 또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점차 늦어지는 반면 은퇴 연령은 점차 당겨지는 점도 노인 부부의 경제적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무원 은퇴 후 자식 뒷바라지 위해 재취업
끝나지 않은 자식 부양의 의무는 또 다른 복병이다. 지난해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이모(61)씨는 직장을 그만둔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사기업에 재취업했다. 매달 300만원 넘게 공무원 연금이 나와 아내와 노후생활을 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공무원 준비를 하는 26살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기엔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월 100만원씩 용돈을 주고 있다는 이씨는 “내년엔 본격적으로 고시원 생활을 한다고 해 걱정이 크다. 은퇴 이후엔 쉴 줄 알았는데 다시 일하게 되니 정말 고되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2030 청년의 67.9%가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쉬고 있는 2030 10명 중 7명이 ‘캥거루족’이라는 의미다.
“초고령사회 눈앞…노동시장 개혁 필요”
다만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단발성·저임금 일자리만 늘어나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석 교수는 “지금은 노동력을 공급할 의지가 있는 분들이 많은데 이들을 적절하게 받아줄 그릇이 없다 보니 본인 역량과 맞지 않는 단발적 일자리가 많다”라며 “이들이 주된 일자리, 연속성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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