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제명' 서명 운동에 기자회견까지…뿔난 안철수 왜?

安, 이준석 맹비난…제명 촉구
"치켜세워줬더니 오만방자 극에 달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앞서 안 의원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당시 비속어 논란을 놓고 설전을 벌였고, 서로에게 선거 패배 책임을 돌리며 충돌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내부총질로 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이 전 대표 제명을 위한 서명 운동에 돌입한 데 이어, 16일에는 이 전 대표 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우리 당을 비난하고 비아냥거리며 내부 분란 조장하면서 우리 당이 선거에서 몇 퍼센트로 질 거라고 잘난체하고 다니는 나쁜 사람은 내보내야 한다"며 "이번 선거 패배를 통해 얻은 혁신 과제 1호는 당을 망치는 나쁜 사람을 뽑아내고 좋은 분들을 모셔와 확장 정치를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어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자기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독선에 빠져 갈등을 빚다 징계를 당하고도, 방송 출연을 통해 당을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며 내부 총질만 일삼는 오만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은덕을 입고 어린 나이에 정치에 입문해 당 쇄신을 위해 치켜세우고 대접해주었더니 오만방자함이 극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은 이제 2030 세대의 대표성을 상실해서 지지 세력도 없다 보니 세치 혀로 세상을 현혹하며 당을 난도질하고 있을 뿐인데, 마치 아직도 청년의 대표인 듯 과대 포장되어 있다"며 "저는 오늘 이준석을 내보내기 위해 자발적인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신 1만6036분의 국민들과 함께 당 윤리위원회에 이준석 제명 징계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안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악연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는 2016년 총선 때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맞붙은 이후 사사건건 충돌해 왔다. 다만 안 의원은 최근까지 이 전 대표 등 '비윤계 포용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YTN 방송에 출연, 내년 총선과 관련해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쪽이 이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과정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과 선거 참패를 계기로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지게 됐다. 비속어 논란은 안 의원이 지난 9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중 한 시민이 "지X하고 자빠졌네. 개XX"라고 욕설을 던지자, "정말로 지X하고 자빠졌죠"라고 너스레로 받아친 일이다. 안 의원의 이런 발언은 이 전 대표가 다음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언급하면서 알려지게 됐고, 이 전 대표는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시 "막말을 한 안 의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안 의원의 제명 요청이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 우리 당의 중요한 자산이지만 이번 보선 결과를 보면 예전과 비교해 중도층이나 젊은 세대에 소구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게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며 "대선 주자로서의 무게감이나 하다못해 분당 공천을 다시 받기 위해서라도 존재감을 계속 지켜야 하는데 그 하나의 방법으로 이준석을 세게 때려서 보수의 전통적 지지층의 지지를 받겠다는 전략적 포석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이 전 대표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언급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변화가 없다면 총선은 패배할 것",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들을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