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눈물 쇼…제명돼야" 울먹인 이준석에 날 세운 안철수

전민구, 이세영 2023. 10. 1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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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내년 총선 승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완패한 뒤 당직자 교체 등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대통령이 변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더는 검사가 아니다.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간 있었던 오류를 인정해달라”며 “대통령이 정책과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는 상태에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여당이 대통령실에 제대로 민심을 전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대통령이 여당의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고도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도중 채상병 사망사건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관련 발언을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체제는 유지한 채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새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개별 인사에 대해선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여당을 향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어제 의원총회에서 꼭 해야 하는 말은 회피했다”며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 나서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두려운 건가”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 정치를 하면 당직을 맡거나 공천을 받은들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도중 ‘채상병 사건’을 언급할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해병대 병사의 억울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를 하고자 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모습은 성역을 두지 않고 수사했던 한 검사의 모습과 가장 닮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울먹였다.

이 전 대표가 국회를 찾은 것은 지난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한 지 7개월 만이다. 이 전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전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득표율 차이(17.15%포인트)를 비슷하게 예측하기도 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를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 일각에서 나오자 본인이 직접 등판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 첫째)와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 넷째)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선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지지정당 없음 혹은 모름’인 사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보다 윤 대통령이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얻어 힘을 갖게 되면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온 윤 대통령이 더 막무가내로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게 대중의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는 옳은 말을 호응해주는 풍토보다는 ‘우리끼리’라는 잘못된 기득권 카르텔이 너무 강하다”며 호응했다.

하지만 ‘이준석 제명'을 주장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계속 날을 세웠다. 그는 “제명의 불길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과 당을 직격하며 ‘악마의 눈물 쇼’를 보여줬는데 연기는 둘째 치고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준석이 반드시 제명돼야 당이 살 수 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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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기 40분 전 같은 자리에서 “당 쇄신을 위해 치켜세우고 대접해주었더니 오만방자함이 극에 달했다”며 이 전 대표를 당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안 의원의 공격에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저는 아픈 사람은 상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인터뷰에선 “자기가 말실수한 것 때문에 책임론이 일 것 같으니 이준석을 때려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말실수란 안 의원이 보궐 유세 당시 "XX하고 자빠졌다"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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